사실 자폐 아동을 키워본 부모들은 자폐 아동의 시선과 정상 아동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거나, 부모와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 좀 봐”, “저거 봐라”라고 이야기를 듣고 정상 발달 아동은 쉽게 부모를 바라보거나, 부모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하지만 자폐 아동은 이걸 잘 못한다.

2019년 International Society for Autism Research라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는 16~30개월 된 아이들 1,000명을 대상으로 눈 추적 기술eye-tracking technology를 사용해서 아이들의 시선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근거로 16개월에도 아이의 시선을 통해 자폐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면서 자동차 문을 열어놓을지 아니면 닫을지 논쟁하는 장면의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눈 추적 기술을 사용해서 비디오를 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관찰했다. 정상 발달을 하는 아이들은 80퍼센트의 확률로 같은 순간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즉, 정상적으로 발달한 아이들은 화면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 자연스럽게 어느 곳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고, 대부분의 경우 그 시선을 공유했다. 하지만 자폐 아동의 경우 같은 순간에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았다고 한다. 자폐 아동의 경우 같은 순간에 바라보는 곳이 제각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들은 눈 추적 기술을 활용해 자폐 진단을 실시했다. 187명의 자폐 아동을 포함해 총 370명의 아동이 진단에 참여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진단은 82.5%의 정확도로 자폐를 진단해냈다.

꼭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와 같은 곳을 응시하지 못한다면 자폐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으로 뽀로로를 볼 때 엄마와 같은 곳을 응시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화면 속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 정상적인 사람들은 시선을 자연스럽게 공유하지만 자폐 아동은 그 화면 속 다른 것을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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