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가 선천적innate 질병이냐, 아니면 후천적acquired 질병이냐 식의 논쟁의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다. 원인은 모르지만 자폐와 관련된 많은 전문가들이 자폐는 선천적인 질병이라는 사실에 거의 동의한다. 또한 자폐가 생물학적 질병이라는 점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실제로 2015년 4월 존스 홉킨스 의대 연구진들은 아버지의 정자에서 추출한 DNA의 게놈 분석과 자폐증진단검사Autism Observation Scale for Infants의 비교 분석을 통해 자폐증이 유전적인 질병일 가능성이 높음을 증명했다. (다음 링크는 논문에 관한 자료 홈페이지이다.)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4/150415090030.htm

그러면 자폐는 치료 가능한 질병인가? 미국 의학 박사 켄 벅Ken Bock은 자폐가 치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어떻게 자폐를 치료해야 할까? 나 또한 둘째가 자폐아이다. 아이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뛰고, 이것저것 공부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자폐 치료를 위한 획일화된 왕도는 없다.”이다. 왜냐하면 자폐 범주성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라는 병명이 말해주듯이 자폐아들은 모두 그 증상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점도 다르고, 단점도 다르다. 그러므로 각 아이들에게 맞는 처방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폐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법의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이지만, 자폐에 관한 많은 연구를 보면 결코 이것은 나만의 결론은 아니다. 그 치료법의 공통분모는 다음과 같다.

1. 생의학적 중재(Biomedical Intervention)

자폐아들 중 상당수의 아이들이 균형 잡힌 식단을 거부한다. 그 결과, 장에서 적절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또한 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분 뇌로 전달하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적절한 영양분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나도 경험을 해보았지만 자폐아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싫어하는 음식을 들이대면 거부할 것이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설득해서 먹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시도가 필요한 영역이다.

생의학적 중재에는 약Drugs과 대체의약품Biomedical Non-medical Supplements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특별한 식단Special Diets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이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여러 연구자료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약과 대체의약품을 사용한 경우보다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 아이들을 먹인 경우에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2. 행동 중재(Behavioral Intervention)

자폐아들은 많은 문제 행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돌발적 행동을 한다던지, 자해 행동을 한다던지,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던지, 이런 행동은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은 매일매일 겪는 일이다. 이런 행동들은 진공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부모는 당황하게 된다. 식당에 가서 밥 한 끼 먹는 일도 때로는 너무 힘든 일이 되기도 한다.

행동 중재는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라는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ABA 치료는 행동주의 학자 1950년 B.F. Skinner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과 함께 등장해 오늘날까지 발전해온 치료법이다. 많은 연구들이 ABA 치료의 효과를 입증하였고, 지금도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템플 그랜딘과 같은 사람들도 ABA 치료를 받았고, 그녀는 자폐아들이 주 30시간 이상 ABA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미국 BACB라는 기관에서 국제적으로 전문 행동분석가들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5명의 행동분석가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미국 BACB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 행동 중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행동치료사들도 많이 있다.

행동 중재는 단순히 자폐아들의 문제 행동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의 발생 빈도를 줄이고, 그 행동들을 대신한 바람직한 행동의 빈도를 들리는 것이 목적이다.

3. 감각통합 중재(Sensory Integration Intervention)

자폐아들의 경우 자기 자극이나 감각 조절을 하기 위해서 상동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서 손가락을 막 움직인다던지, 남들은 싫어하는 불쾌한 소리를 만든다던지, 계속 제자리에서 점프를 한다던지, 자폐아들이 보여주는 상동 행동의 종류는 그 아이들의 수만큼이나 많고 다양하다.

상동 행동은 아이들이 감각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이를 위하 감각통합 중재가 필요하다.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중재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 청각이나 촉각일 것이다. 내가 본 많은 자폐아들은 낯선 물건에 손을 대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촉각적인 감각통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청소기 소리 같은 특정한 소리를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청각적 감각통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청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4. 교육적 중재(Educational Intervention)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켄 벅 박사는 자폐아를 또래와 같은 수준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 발달 수준이 또래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도, 항상 또래 수준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들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 수준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자폐가 치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 자폐아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