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폐(自廢)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를 말하죠.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폐라는 말보다는 전반적 발달장애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폐”, “스스로를 가둠” 이 말이 정말 듣기 싫은가 봅니다. 그것보다는 “우리 아이가 좀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늦어요”라고 말하고, 전문가들에게도 그렇게 확인 받는 편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네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041722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일명 APA에서는 DSM이라고 불리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지난 60년 이상 개정을 거듭하여 출판했는데요. DSM-4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스퍼거 장애, 아동기 붕괴성 장애, 레트 장애, 비전형성 전반적 발달장애를 하나로 묶어 전반적 발달장애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새로 개정된 DSM-5에서는 이를 하나로 분류해서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즉, 아스퍼거 증후군, 전반적 발달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와 같은 진단명이 없어지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범주에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아스퍼가 장애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범주에 포함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 기준에 ‘언어발달의 지연’ 항목이 빠지면서, 이를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 장애로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DSM-5와 관련해서 주목할 점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미한 축의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고기능 자폐의 한 형태로 보아, 고기능 자폐와 아스퍼거를 구별하여 진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기존에 아스퍼거로 진단 받은 경우에도 다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재진단되어야 한다는 말이 되겠네요.

DSM-5에 의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기준

아래 1, 2, 3의 진단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1. 임상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에서의 의미 있고 지속적인 장애
a.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하여 사용되는 다양한 비언어적 및 언어적 의사소통의 현저한 장애
b. 사회적으로 서로 반응을 주고받는 상호 교류의 결여
c. 발달수준에 적합한 친구 관계 발달의 실패

2.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상동증적인 행동이나 관심, 활동이 다음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2개 항목으로 표현
a. 상동증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언어, 또는 특이한 감각적 행위
b. 특이하고 비효율적인 틀에 박힌 일이나 의식에 지나치게 집착
c. 제한적이고 고착화된 관심

3. 증상은 유아기에 시작된다. (그러나 사회적인 요구가 과도해 질때까지 증상은 충분하게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