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카너Leo Kanner는 “소아 정신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다. 또한 미국 최초의 “소아 정신과 의사”였다고 한다. 그가 쓴 책 <Child Psychiatry, 1935>는 영미권에서 소아의 정신의학적 문제를 다룬 첫 번째 교과서였다고 한다. 이런 업적만 봐도 레오 카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1943년 레오 카너는 “eary infantile autism조기유아자폐“라는 단어로 발달장애의 증상을 처음으로 묘사했다. 그는 발달장애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존스 홉킨스 대학 내에서 소아 정신과 병원을 처음 설립한 장본이기도 하다.

1943년 Nervous Child지에 발표한 논문, Autistic Disturbances of Affective Contact은 존스 홉킨스에서 만난 11명의 어린 자폐 아동들에 대한 묘사가 담겼다. 카너는 이 아이들이 모두 비슷한 사회경제적 계층, 비슷한 문화라는 공통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논문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자폐 관한 연구 중에서 20세기에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는 레오 카너의 1949년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 카너는 자폐와 소아 조현병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카너는 아이들보다는 아이들의 부모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부모들을 관찰한 결과 그는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성공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카너가 나열한 부모들의 직업은 과학자, 대학교수, 미술가, 성직자, 그리고 기업가였다. 실제로 카너는 자폐 아동의 부모 중에서 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견은 부모의 태도와 부모와 아동 사이의 관계의 역동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레오 카너는 자폐 아동의 부모들 대부분이 아이들과 애정이 없는 기계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때로는 아이들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카너는 애정이 결핍된 아동과의 관계가 자폐의 잠재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Nature vs Nurtue



자폐는 선천적일까? 아니면 후천적일까? 레오 카너의 1949년 논문은 자폐가 후천적일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논문은 자폐 아동의 키우는 부모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논문인 것 같다. 만약 애정이 결핍된 상호작용이 자폐를 만든다면 고아들은 대부분 자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자폐의 유전적 원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상당한 연구들이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자폐 발생에 있어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자폐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발생하는가? 그렇지 않다. 자폐 발생에 있어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폐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컨센서스이다.

레오 카너는 자폐를 early infantile autism이라고 불렀고, 우리는 현재 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부르고 있다. 자폐에 대한 이해의 진전과 함께 인류는 자폐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spectrum이라는 단어까지 붙이며 명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폐에 대한 연구는 이런 연구도 있고, 저런 연구도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자폐에 대한 연구들만 그런 것은 아이다. 세상에 모든 주제에 대한 연구들은 각기 저마다의 주장을 한다. 자폐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인류가 정확히 아는 바가 없으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더 많은 것뿐이다.



커네티컷 대학교 교수인 드보라 페인Deborah Fein은 자폐 중재의 효과의 측면에서 “모든 것은 아동에게 달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중재의 종류나 중재 제공자에 의해서 효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중재의 효과는 아이에게 달려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중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도 변화가 없는 아이들의 부모에게는 참 가혹하다. 하지만 드보라 페인 교수의 이런 말은 어쩌면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킨 주장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지금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 발달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떤 말을 들어야 할까?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확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한다. 또한 자신의 경험 중 극히 일부를 보편화시켜 사실이라고 믿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발견을 타인에게 강요한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드보라 페인 같은 학자들은 분명히 우리 부모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자신들의 발견의 한계를 인정한다. Early Start Denver Model, 일명 ESDM를 개발한 UC Davis의 샐리 로져스Sally Rogers 박사는 ESDM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사용하는 중재법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자기 PR이다.

결국 우리 부모들은 열린 마음으로 정보와 연구를 대하고, 내 아이에게 맡는 방법을 꾸준하게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절대 정답은 없다. 드보라 페인 교수의 말처럼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아이에게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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