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ubmed.ncbi.nlm.nih.gov/32379778/

재미있는 연구를 보게 됐다. 자폐 의심 진단을 받은 4,442명의 영아를 대상으로 자폐 의심 진단 이후 그 영아들이 후속 조치를 하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해본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소아과 의사들이 생후 18개월 이상의 영아를 대상으로 자폐 선별검사를 하고, 관련해서 의심 소견이 확인되면 자폐 전문가에게 더 구체적인 평가를 받거나, 청각사에게 청능과 관련된 검사를 받게 하거나, 혹은 관련된 조기 중재를 실시하도록 부모들에게 조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실제로 자폐 의심 진단을 받은 영아들이 이렇게 추천된 사후 검사나 중재를 받게 되는지 통계적인 조사를 했다. 미국 소아과 의사들은 M-CHAT, 즉 Modified Checklist for Autism in Toddlers, “개정 영아 자폐 검사”를 통해서 자폐 선별검사를 진행한다. 이 검사에서 “약한 위험moderate risk” 이상의 결과가 확인되면 소아과 의사는 부모에게 추가 면담을 요청해야 한다.

4,442명의 영아에게 약한 위험 이상의 결과가 확인되었지만 실제로 추가 면담을 실시한 영아는 1,660명에 불과했다. 즉, 자폐와 관련해서 의심이 되는 아이들 중에서 63%는 추가 면담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는 이 현상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우선 일부 소아과 의사들이 M-CHAT 검사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미래에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발달상의 문제보다 당장 직면한 건강상의 문제를 진료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을 수도 있고, 부모에게 괜한 걱정거리를 주기 싫었을 수도 있다고 연구 주 저자는 말한다.

보험을 가진 경우 후속 면담, 검사, 중재를 실시하는 경우가 현저히 높았고, 소아과 의사가 후속 검사나 중재를 추천하는데 부모가 거절한 경우도 발견되었다.

연구는 인종, 가계소득, 성별, 언어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과의 상관성도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영아들에게 자폐 의심 증상이 확인되는 경우 후속 조치가 가까운 시일에 일어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아이에게 자폐 의심 증상이 있는데 상당수의 부모들은 왜 특별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런 질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러한 부모들의 반응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나도 초은이가 18개월, 아니 24개월, 36개월까지 말을 하지 않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감기 때문에 소아과는 많이 다녔지만 소아과에서 먼저 자폐 관련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 의사도 없었고(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나 역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가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잘 몰라서 그랬다. 그 시간을 그렇게 보낸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면 위 연구에서 등장했던 4,442명의 영아의 부모들 중 일부는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부단한 노력을 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아동 발달과 병리 발달에 관한 책을 주문해서 밤을 새워 공부했을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현재 아이의 상황과 비슷한 케이스들을 찾아보고 너무나도 낯선 개념인 전반적 발달장애나 자폐와 관련된 정보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내 아이에게 좋은 중재법을 소개받고, 그 선생님을 찾아가 아이를 맡기기도 했을 것이며,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른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데 내 아이만 그것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인생의 나락을 경험할 수도 있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렸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중재법들을 찾아보고 직접 공부하고, 가정에서 공간을 마련해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활용해 아이와 놀아주고 교육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또 절망했을 것이다.

나는 그 부모들 중 상당수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 절망, 고통, 그리고 때때로의 환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부모가 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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