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좋아한다. 편안한 수면은 삶에 활력을 준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그야말로 정말 죽을 맛이다. 초은이를 키우면서 아내와 나는 죽을 맛을 많이 경험했다.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초은이. 잘 자다가 갑자기 깨버려서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만이라도 편하게 잤으면 좋겠다. 초은이의 수면은 나이가 들면서 좋아진 면도 있지만 가끔 컨디션에 따라 수면이 엉망이 될 때도 있다.

자폐와 수면 문제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자폐 아동에게 수면 문제는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는가?

https://pubmed.ncbi.nlm.nih.gov/30745433/

2019년에 발표된 이 연구에 의하면 자폐 아동의 80퍼센트 정도가 수면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폐 아동에게 어떤 종류의 수면 문제가 있을까?

가장 흔한 수면 문제는 불면증이라고 한다. 불면증을 가진 자폐 아동의 경우 정상 발달 아동과 비교했을 때 잠이 드는데 11분이 더 걸리고, 잠을 자는 중에 더 많이 깬다. 일부 자폐 아동의 경우 수면 무호흡증을 겪기도 한다.

https://pubmed.ncbi.nlm.nih.gov/21041596/

또한 자폐 아동의 경우 잠을 자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0년 연구에 의하면 REM 수면은 학습과 기억에 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자폐 아동의 경우 REM 수면에 전체 수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퍼센트 정도였다. 반면, 정상 발달 아동의 경우 REM 수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23퍼센트 정도로 더 길었다.

자폐 아동에게 수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자폐 전문가들은 자폐 아동의 수면 문제의 원인으로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장 문제이다. 속이 불편해서 예민해지고 잠을 잘 자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ADHD 증상이나 불안감이다. 셋째, 예민한 감각이다. 빛에 대한 예민함, 소리와 촉각의 예민함 때문에 좋은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폐 아동의 수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방법은 계획대로 자고 깨는 것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낮에 활동을 많이 해서 피로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말이 쉽다. 어떤 자폐 아동의 경우 이렇게 노력을 해도 수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잠자는 방의 온도나 조명을 바꿔보는 것도 추천한다. 미국 FDA에서는 자폐 성인들의 경우 불면증 치료제 처방을 허용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처방을 허가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 자폐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멜라토닌 보충제도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략 이 정도로 자폐 아동의 수면 문제를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초은이도 나도 푹 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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