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적nonverbal, 즉 말을 못 하는 자폐 아동을 키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자폐 아동인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말도 못 하면 더 마음이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가 입을 열어 말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부모 가슴은 문드러진다. 아이가 울면, 아파서 우는지, 배고파서 우는지, 슬퍼서 우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답답해서 미친다. 그 심정은 경험해본 부모만 알 수 있다.

비언어적 자폐 아동이 말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비언어적 자폐 아동이 말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여러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대표적인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수화 가르치기

비언어적 자폐 아동이 말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처음 시도되었던 방법은 수화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물론 수화 교습이 단독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고, 여러 다른 중재와 함께 시도되었다. 하지만 많은 후행 연구들은 비언어적 자폐 아동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언어적 자폐 아동의 경우 소근육 발달이 지연된 경우가 흔하고, 그 경우 수화를 할 정도로 손가락을 사용하지 못했고, 선생님이 보여주는 수화를 모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비언어적 자폐 아동들이 각 신호가 나타내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림 교환 의사소통체계(PECS)

그림 교환 의사소통체계, 일명 PECS는 행동주의에 기반한 중재법이다. 수화와 달리 PECS는 복잡한 운동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폐 아동과 간단하게 그림을 교환하면서 의사소통 기능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PECS를 다룬 많은 연구들은 6개월 이상 장기간 PECS를 활용해서 의사소통 중재를 한 경우 비언어적 자폐 아동의 구어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언어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PECS는 비언어적 자폐 아동이 관심을 공유하는 법과 모방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ESDM, Early Start Denver Model

비교적 최근 중재 방법인 ESDM도 비언어적 자폐 아동이 언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관련 연구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SDM은 놀이 기반의 중재이다. 아동이 좋아하는 놀이 연쇄를 통해서 관심을 유발하고, 그 과정에서 학습의 기회를 포착하는 동기 중심적 중재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연구가 행동주의처럼 많지는 않지만, 관련 연구들은 ESDM을 통해 비언어적 자폐 아동들이 언어 능력과 행동 능력을 개선할 수 있고, 모방, 역할 놀이, 관심 공유 등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초은이와 PECS, ESDM을 실시해봤고, 두 방식 모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자주 쓰는 이야기이지만, 어느 한 가지 중재만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PECS와 ESDM을 하는 와중에도 다양한 중재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부모가 비언어적 자폐 아동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