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washingtonpost.com/outlook/2020/02/14/biggest-autism-advocacy-group-is-still-failing-too-many-autistic-people/

Washington Post에 Sara Lutherman이 2020년 기고한 글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폐 관련 단체 오티즘 스픽스Autism Speaks에 대한 비난의 글이다.

읽어보니 핵심은 이렇다. 오티즘 스픽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폐 관련 단체인 동시에 자폐 관련 단체로서 가장 큰 펀드 레이징을 해서 집행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Sara Lutherman은 오티즘 스픽스가 겉으로는 자폐인들의 무한한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폐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폐인들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적대감을 야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한다.

물론 오티즘 스픽스가 의도적으로 이런 적대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Sara Lutherman 역시 이 단체가 의도적으로 이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폐 관련 단체로 일을 하면서 자폐와 발달장애에 대한 오해와 오명을 양산해왔다는 주장이다.

Sara Lutherman은 이 영상을 예로 든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진 이 영상을 보면, 전반에서 “자폐”가 독백을 한다. 자폐는 스스로를 “조용하고 사악한 살인자”라고 부른다. 또한 스스로를 “소아 에이즈, 소아암, 소아당뇨가 결합한 것보다 더욱 치명적”이라고 묘사한다. 게다가 자폐로 인해서 “결혼 생활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후반부에 등장하는 자폐인들의 가족들은 조용하고 사악한 살인자를 사랑의 힘으로 이길 수 있으며, 자신들의 가족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자폐”를 응징한다.

Sara Lutherman은 오티즘 스픽스가 제작한 이런 영상이 자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사회에 심어주는 바람직하지 못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이런 오해와 편견이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지 모르겠다. 초은이가 처음 자폐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번 인생은 망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무지 계획이 서질 않았다. 나에게도 자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폐를 치료하고자하는 우리의 행위 역시 이런 오해와 편견을 투영한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관점에서 자폐인들을 우리와는 조금 다른, 독특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하지 못하고, 불완전의 상태, 치료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자폐 아동의 치료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다.

물론 자폐 아동의 증상의 개선과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지속적인 재활과 교육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자폐 의심 증상이 있는 어린 아동에 대해서 과감하고 신속한 조기 중재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가치 있다.

하지만 자폐를 불행의 시작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자폐의 원인과 치료법을 인류가 모르기 때문에 자폐라는 증상에 대해서, 그리고 자폐인과 자폐 아동에 대해서 바람직한 이해를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어떤 이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매우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는 좀 더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바람직한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결국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에게 이 문제는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나도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초은이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초은이를 교육하고, 초은이도 그리고 가족들도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Sara Lutherman의 비판이 정당한지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자폐 단체인 오티즘 스픽스가 사회에 오해와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것처럼, 국내 전문가들도 그럴 수 있고, 자폐 아동을 키우는 우리 부모들도 그럴 수 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겸손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