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어학을 전공했다. 언어가 가진 매력이 참 좋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태어난 능력, 바로 언어를 배우는 능력.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모국어를 아무런 노력 없이 마스터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다른 동물들이 따라올 수 없는 이 놀라운 능력에 난 매료됐고, 언어 연구를 통해서 인간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렇게 언어는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은이가 말을 하지 못했다. 여전히 초은이는 저기능 자폐로 분류되는 아이이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로 표현하지만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세 돌이 지난 막내 효은이보다 못하다. 하긴 막내 효은이는 이제 못하는 말이 없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싶을 정도로 모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자폐 아동에게 언어란 참 높은 산이다. 한 단어 한 단어 배우기가 참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다리는 부모 마음이 순간순간 썩어들어간다. 초은이가 어렸을 때, 나는 초은이가 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서 우는지, 졸려서 우는지, 배고파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요즘에는 아프면 “아파”라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음식 이름을, 졸리면 “잘 자” “이불” 등의 단어로 표현한다. 아프다고 말하는데 걸린 시간이 참 어마어마하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https://www.ncbi.nlm.nih.gov/pubmed/31254329
올해 6월에 발표된 한 연구를 살펴봤다. 영아기에 듣는 단어의 수가 많을수록,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언어적 능력에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이다. 물론 자폐 아동만을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초은이가 말을 잘 못하는 건 내 잘못인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초은이가 태어났을 때 초은이는 너무 착한 아이였다. 침대에 눕혀 놓으며 그냥 잘 잤다. 그렇게 순한 아이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말을 많이 걸지 않았던 것 같다. 뭐 그때는 일하느라 바쁘고 정신없어서 집에 가면 잠자기 급급했던 시절이다.
학자들은 자폐의 원인을 유전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에 두고 있다. 여기서 환경적 요인이란 부모의 양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환경 오염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자폐를 선천적으로 보는 입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아기 때 많은 단어를 듣고, 상호작용의 수가 많을수록 좋은 언어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아니,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