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잊고 지냈던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받지 못했다. 큰 딸이 말해주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

최근 비가 많이 와서 야외 활동을 많이 못 했다. 오랜만에 강릉에 가서 아쿠아리움도 가고 바닷가에서 발도 담그고 놀았다. 열심히 놀고 나니 역시 배가 고프다. 아이들과 즐겨 찾는 돈까스집에 들어갔다. 일요일 오후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별로 좋아하는 세팅은 아니었지만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나는 막내 효은이를 챙기느라 정신없이 밥을 먹었던 것 같다. 다른 곳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나 먹고, 효은이 챙겨 먹이고 그렇게 집중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나고 효은이를 데리고 가서 손도 씻기고 차로 돌아왔다.

차에 들어와서 앉고 나니 큰 딸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밥 먹을 때 옆 테이블 사람들이 자꾸 초은이 쳐다보고 어깻짓 하면서 속닥거렸다고. 초은이는 나름대로 맛있게 밥도 먹고, 혼자 하고 싶은 말도 하면서 식사를 했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은 초은이를 계속 이상한 사람 보듯 하면서 인상을 썼다고. 그래서 자기는 밥맛이 뚝 사라졌다고.

그래서 채은이에게 말을 해주었다. 아빠도 초은이가 아니었다면 장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았을 거라고. 자기 입장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 의식까지 다 바꿔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사실 평창에 와서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살고 있다. 제일 가까운 집도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으니 눈치 보고 살 일이 없다. 그것도 주말 주택이다. 주중에는 가장 가까운 집이 150미터 이상 된다. 오랜만에 눈치 좀 봤다.

몇 주 전, 문세 아저씨가 봉평에 오셔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 다녀오셨다고 했다. 여행을 하다가 주유소에 갔는데, 주유소 직원이 한쪽 팔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어떤 일로 팔을 잃었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곰에게 맞아서 팔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곰이 계속 공격을 하는데, 반려견이 곰과 싸워서 곰이 도망갔다는 것이다. 팔을 한 쪽만 갖고 사는 게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봤더니 웃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장애인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과 장애인 본인이 사회를 대하는 인식이 어떤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은 장애인 스스로 자신을 가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끔 자폐라는 인생의 문제를 대할 때, 왜 내게 이런 불행이 생겼을까?라고 물으며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그리고 장애가 불쌍한 것이라고, 초은이가 조금 유난한 행동을 하면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미국 주유소 직원의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폐라는 장애와 함께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잠식할 만큼 무거운 무게 라로 여길 필요 또한 없다.

뭐. 다른 사람들이 장애, 자폐를 어떻게 보는지까지 내가 챙길 여력은 없다. 수많은 장애인 옹호자들이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뭐…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의 무게로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걸 뭐 어떻게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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