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ubmed.ncbi.nlm.nih.gov/32452051/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연구진들은 17-45개월 연령의 자폐 아동 24명과 정상 아동 23명이 잠을 자는 동안 기능적 MRI를 활용해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자폐 아동의 경우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 과도하게 연결된 것을 확인했고, 그 연결이 강할수록 아동의 자폐 증상이 더 심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부분 사이에 과도한 연결이 뇌의 성숙과 감각정보처리를 방해하며, 자폐 아동의 사회적 행동적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초은이는 어렸을 때 불러도 반응이 전혀 없었다. 뭐랄까?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최근 방영하고 있는 주말 연속극을 오늘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드라마 속에서 딸아이가 발달장애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처음 본 드라마였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 아빠가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아빠는 네 목소리 들어보는 게 소원이야.
내가 잘 이해하는 상황이었다. 나 역시 초은이 목소리를 듣는 게 소원이었던 적이 있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초은이.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빼내지 못했던 초은이. 아마도 초은이가 어렸을 때 호명 반응이 되지 않고, 말을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감각적 문제가 컸을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감각적 중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초은이가 여섯 살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동은 자연스럽게 “감각통합”이라는 것을 이루게 되고, 엄마와 아빠처럼 주변 세상을 인식, 이해하게 된다. 이름을 부르면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고, 뜨거운 물을 만지면 놀라며 손을 빼게 되고, 멀리서 날아오는 공을 보며 자연스럽게 움츠리고 피하게 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이 감각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위 연구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자폐 아동의 경우 이런 감각 정보처리를 위한 감각통합을 자연스럽게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연구는 그 원인을 뇌속 감각 정보 처리 영역의 과도한 연결성으로 본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러한 과도한 뇌 연결성을 집적 줄이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부지런히 노력해서 자폐 아동이 감각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정상 발달 아동이라면 도움이 필요하지 않지만 자폐 아동은 이야기가 다르다.
아내와 나는 초은이의 감각통합을 위해서 많은 시간 고민과 노력을 해왔다. 감각통합센터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각통합센터에서 하는 감각통합은 주로 고유수용감각과 전정감각, 그리고 촉각에 그 중재 범위가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에 대한 도움 역시 필요하다.
청각의 경우, 내가 직접 AIT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시각의 경우, 멀리 보고 가까이 보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자폐 아동이 그렇듯 초은이도 큰 그림보다는 세부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멀리 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아쿠아리움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고, 평창에 와서는 더 멀리 보기가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공놀이도 많이 하려고 했다. 어렸을 때는 공을 받으라고 던지면 그냥 그 공이 초은이 몸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서 좋아졌다.
후각과 미각은 항상 과제였다. 초은이는 후각이 많이 예민했고, 특이한 냄새가 나면 강아지처럼 그 냄새를 쫓기도 했다. 미각도 문제가 있었는지, 씹으려고 하는 음식의 범주가 넓지 않았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한 음식을 먹이고, 다양한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었다. 아몬드처럼 딱딱한 음식을 특히 싫어해서 그런 음식을 더 자주 먹게 했고, 향기를 맡아볼 대상이 있으면 놓치지 않고 초은이랑 한 번씩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런 노력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초은이는 이제 제법 엄마 아빠처럼 주변의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감각통합의 결과는 “관심 공유”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으로 주변 감각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관심을 공유하는 신기한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정상 발달에게는 쉬운 일이다. 힘들어도 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