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사회적 특성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속 상황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의 교환을 연구하는 방법을 대화분석conversation analysis라고 한다. Harvey Sacks, Emanuel Schegloff, Gail Jefferson이 1970년에 이 언어분석 방법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대 언어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 역시 언어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대화분석에 대한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자폐인의 언어 연구에 대화분석이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실제 연구 사례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찾아보면 관련 사례가 많이 있을 것 같다.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13623613211046799



대화분석은 양적연구 방식보다는 질적연구 방식을 활용한다. 대화 조각을 하나하나 연구하기 때문에 양적연구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 있는 15명의 자폐 아동과 양육자 간의 대화를 분석했다. 대학교 치료센터에서 수집한 15분 길이의 영상 속에 나타난 대화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 내용에 의하면 양육자들은 아이가 상호작용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대화를 주로 사용하는데, 아이가 현재 하고있는 활동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질 활동에 대한 제안을 주로 한다고 한다.

사실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언어 사용이 대부분 그럴 것 같다. 아이가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놀고 있으면 그 대상에 대해서 아이에게 묻거나 다른 활동을 제안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말을 초은이에게 많이 했던 것 같다.

우리 초은이 지금 뭐 해? 초은이 블록 놀이 재미있어? 초은아 이번에는 맥포머스 하고 놀까?



뭐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구는 이러한 언어사용이 아이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그렇게 큰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연구는 양육자의 어떤 대화 방식이 아이가 언어를 배우고, 상호작용에 참여하는데 더 유익한지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화분석이 자폐 아동의 언어 분석에 사용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다만 연구는 이러한 질적, 마이크로 분석이 자폐인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더 의미있는 결과를 부모에게 줄 수 있을 거라고 제안하고 있다. 자폐를 생물학적으로만 분석하는 제한적 연구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점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더 넓은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언어적으로 자폐인을 연구한다는 것은 결국 자폐인 인구 전체에 대한 연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제한적 언어를 사용하는 자폐인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점은 대화분석을 통한 자폐 연구의 한계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