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 행동.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난 후 이 단어는 금방 익숙해졌다. 하지만 자폐라는 문제를 만나기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처음으로 센터라는 곳을 갔을 때, 선생님은 초은이가 손가락을 눈앞에 가져가지 않냐고 물었고, 그때 상동 행동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선생님 말씀이 햇빛을 보면서 아이가 손가락을 눈앞에서 흔들면 끝장난 거라고 했다.
나쁜 상동 행동
상동 행동은 수정되어야 하고, 소거되어야 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왜 그럴까? 상동 행동의 오명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1940년대 레오 카너Leo Kanner와 한스 아스퍼커Hans Asperger는 자폐autism에 대한 학문적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도는 인류 역사상 최초라고 여겨진다. 자폐에 대한 설명 중에 자폐인들은 상동 행동 혹은 반복적 행동을 통해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고 말하면서 그 행동이 소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동 행동에 대한 비관적 관점은 그 후 탄력을 받게 되었고, 연구들은 상동 행동이 사회화와 학습을 방해하고, 인지능력을 손상시킨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초기 ABA 전문가들은 신체적 억압, 찰싹 때리기, 혹은 전기 충격 가하기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상동 행동을 소거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물론 현대 ABA에서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상동 행동이 나쁜 것이고, 수정되어야 마땅한 행동이라는 인식은 자폐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 이후로 우리의 관념에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일반적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자폐인들이 공공장소에서 하는 상동 행동이 긍정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없다.
상동 행동, 인식의 변화
28세의 자폐인, 라이야 쉴즈는 상동 행동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지하철과 같은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그녀는 몸을 흔들거나 몸을 구부려서 스스로를 안정시킨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동네 빨래방에 가면 라이야는 점프를 하며 손뼉을 친다.
Stimming helps me feel grounded when I’m anxious or overwhelmed, but it’s also a way that I express my joy, fascination or excitement.
불안할 때나 압도되었을 때 상동 행동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돼요. 또한 상동 행동은 제가 기쁨이나 흥분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라이야 쉴즈가 한 말이다. 라이야는 상동 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상동 행동이 수정되거나 소거되어야 할 행동이 아니라, 자폐인 스스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주어야 할 행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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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라이야는 올해 9월 17일 다른 자폐 관련 단체들과 함께 The International Day of the Stim, 우리말로 “국제 자기자극의 날” 혹은 “국제 상동 행동의 날”을 시작했다. 상동 행동을 수정, 소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정말 황당한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동 행동에 대한 인식은 변하고 있다. 연구들은 몸 흔들기나 손 흔들기와 같은 행동이 일반적 발달을 도울 뿐만 아니라, 많은 정상 아동들도 자신의 몸과 주변을 이해하는데 그런 행동들을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자폐 아동의 상동 행동을 소거하려는 시도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에 공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