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큰딸이 피아노를 열심히 치고 있다. 예전에 피아노 학원 다닐 때는 얼마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선생님이 싫어서, 같이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괴롭혀서… 다양한 이유로 피아노를 꾸준히 치지 못하고 관두었다. 관심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학원에 가면 그냥 아이들과 어울려서 노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봉평에 내려온 후 아내는 피아노를 열심히 치고 있다. 아이들 돌보는 시간 아니면 피아노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연주를 하는 시간이 많다.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다양한 곡을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었다. 나 역시 아내의 피아노 연주 덕분에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폴로네이즈, 조성진, 손열음 등등…

그렇게 1년이 지났을까? 큰딸이 스스로 피아노에 앉았다. 악보를 펼쳐놓고, 악보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아내는 큰딸에게 연주에 관련된 조언을 하나둘씩 해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스펀지처럼 그 조언을 빨아드렸고, 즐겁게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채은이는 피아노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채은이는 피아노에 관심이 너무 많다. 가끔은 그만 좀 쳤으면 좋겠다고 느낄 정도로 피아노를 많이 치고 있다. 뭐든지 그렇게 스스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하라고 하라고 잔소리해봤자 애들은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결국 부모 하는 만큼, 딱 그만큼 따라오는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집에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우리 딸이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을까? 너무 큰 기대일까?

정상 발달을 이룬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인 것 같다.

자폐아인 초은이도 나와 아내의 거울일까? 초은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스스로 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물론 요즘 말하는 거 보면 스스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긴 한다.

아무튼 초은이도 잘 키워야 하고,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첫째와 막내도 잘 키워야 한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되라고 욕심부리지 말고, 부모로서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아서 하는 큰딸을 보면서 가르침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