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자폐를 치료할 수 있을까? 자폐의 완전한 치료는 가능한 걸까? 나 역시 이런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누가 이 질문에 대답해주길 원했다. 대구사이버대학교 행동치료학과에 편입했을 때도 교수님들께 뻘쭘하게 메일을 보내 이 질문을 하곤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콕 찝어서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초은이를 키워보니 쉽게 답할 수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글을 읽던 중에 여러 전문가들이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다섯 명의 자폐 분야 전문가들에게 던져진 질문이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폐치료가 성공할까요?
위 링크를 눌러보면 각 전문가들의 자세한 대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포스팅에서는 각 전문가들의 대답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드보라 페인, 커네티컷 대학교수
치료의 성공은 아이에 따라 다릅니다.
페인 교수는 아이가 진단을 받았을 때 경증 자폐로 진단받은 경우, 또한 중재가 24-36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치료를 진행했을 때 성공적 자폐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페인 교수에 의하면 자폐진단을 받았다가 일반적인 발전을 이루는 아이들은 매우 소수인데, 최적의 결과를 만든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경증 진단을 받았고, 언어나 인지에 문제보다는 운동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캐롤 그린버그, Thinking Person’s Guide to Autism 편집자
자폐는 치료가 아닌 지원이 필요하다.
캐롤 그린버그의 이야기는 좀 특별하다. 그녀에게는 자폐 진단을 받은 동연배의 사촌이 있고, 자신의 아들 역시 자폐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자폐를 병이 아닌 장애로 생각한다. 그런 그녀의 생각과 경험에 의하면 자폐는 치료와 중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다. 캐롤은 자폐를 위한 지원에는 시작이 존재하지만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인과 그 가족의 행복과 웰빙을 위해 가족 구성원 스스로 자폐에 대한 질높은 연구를 진행해 자폐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니 카사리, UCLA 대학교수
잘 디자인된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다.
자폐치료법의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해당 치료법이 무작위 비교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것이 카사리 교수의 의견이다. 카사리 교수는 현재 자폐치료법 중에 만족할 만한 양으로 무작위 비교연구가 실시된 치료법이 많지 않다는 점 역시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자폐치료법의 효과연구에 있어서 실험설계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녀는 자폐치료법의 핵심의 IQ의 향상이 아닌 사회적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UCLA에서는 JASPER라는 치료법을 개발해서 지속적으로 이 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벤자민 알렉산더, 프리랜서 작가
치료를 통해 나의 비발화적 단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벤자민 알렉산더라는 자폐인이 자신의 치료경험에 대해서 직접 쓴 글이다. 그는 성인이 되어 여전히 입으로 말을 하진 못한다. 하지만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그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글을 읽고, 특별히 초은이 생각이 많이 났다. 이 글을 내일 혹은 모레에 전문을 번역해볼 생각이다.
메튜 시겔, 스프링 하버 병원
자폐치료의 성공이란 자폐아동이 자폐와 함께 살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참 이상하게 들리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메튜 시겔은 자신의 치료 목표는 자폐아동을 일반아동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폐를 갖더라도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해를 줄이고, 공격성을 제거해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그의 치료 목적이라고 말한다.
자폐치료의 성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전문가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마음이 힘들기도 하다. 나도 수년 전에는 누군가가 정답을 말해주길 간절히 원했다. 우리 초은이는 자폐가 아니죠? 우리 초은이는 치료될 수 있는 거죠? 초은이는 말만 않하지 다른 것들은 정상이죠? 이런 대답에 내가 원하는 확답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좀더 초은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좀더 조직적으로 접근할 수록 아이가 발전하는 것을 느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