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은이와 함께 여기저기 센터를 돌아다니며 치료를 진행했던 시절이 있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발달센터에서. 효과가 느껴지지 않자 인터넷을 뒤져 용하다는 곳으로. 그렇게 알게된 부모님들이 소개해준 곳으로.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다.
NGO에서 운영하는 발달센터에서는 타임 당(보통 40분으로 계산) 3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하게 착한 가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특수체육은 시간 당 5만원. ABA는 시간 당 7-10만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건 왜 이리 비싼 걸까?
고액 과외를 생각해보자. 고등학생이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베테랑 선생님한테 주 2회 쪽집게 과외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뭐 8회에 100만원 받는 선생님들도 많이 있을 거다. 그렇다면 1회당 125,000원이 된다. 보통 과외는 2시간씩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 선생님이 시간 수당은 62,500원이 된다. 뭐 돈 좀 있다면 자식을 위해서 그 정도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100만원 짜리 과외를 하면 아이가 성적이 향상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당 62,500원을 지불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선생님의 과거 입시 실적을 보고 부모들이 그 실력을 인정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타임 당 10만원을 받는 ABA 치료. 그렇니까 40분에 10만원. 한 시간으로 계산하면 15만원이 된다. 2시간 8회로 계산하면 240만원 짜리 수업이 된다. 그렇다면 ABA는 자폐 탈출의 확실한 방법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ABA에는 오랜 학문적인 전통으로 인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교육법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BA가 자폐를 완전히 치료cure하는 방법은 아니다.
어쩌다 ABA는 40분에 10만원, 시간 당 15만원짜리 수업이 되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그 가격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ABA가 자폐아동에게 좋은 중재법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대구사이버대학교에서 행동치료학을 공부하고, 수업 시간에 배운대로 초은이에게 적용했고, 실제로 초은이에게 상당한 변화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료가 적절한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자폐 치료 분야의 가격 문제는 ABA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 계신 어떤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이 이야기가 있다. 그 분이 계신 지역에서는 부모가 ABA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ABA 중재를 실시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ABA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중재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부모를 교육하고, 부모가 그 교육을 완료하면 본격적으로 선생님과 함께 ABA 중재를 실시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가격을 떠나서 참 옳은 교육 철학이라고 생각했다.
답을 찾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자폐라는 장애는 한 가정에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달에 수백 만원씩 지출을 해가며 치료를 이어간다. 평범한 사람들은 빚을 내서 아이를 위해 투자하기도 하고, 그럴 여유 마저 없는 사람들은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많은 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거 고칠 수 있는 거야?
고칠 수 없는 건데 내가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걸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거 같은데?
자폐에 대해서 100%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가족 간에 갈등이 생겨 부부의 연을 끊는 장면도 여럿 목격했다. 나도 가끔 초은이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아내와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타툼 안에 돈 문제가 섞인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자폐 치료 분야의 과도한 비용이 자폐라는 문제를 직면한 가정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뭐. 내가 다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나 역시 그 속에 있고, 나와 같은 부모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답답한 생각이 들때가 많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그냥 주저리 주저리 하고 싶은 말을 여기에 남긴다.
지금까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 글이 우습다. 그냥 현실에 대한 푸념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 과목인데 240만원은 좀 과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