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아버님을 만난 적이 있다. 자폐 아동을 훌륭하게 키우신 선배님이었다. 초은이가 어렸을 때 뭔가 조언을 듣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분을 찾아갔었다. 그게 전부다.
아내에게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내도 다른 분께 전해 들었다고. 물론 나보다는 연배가 엄청 높으시지만 아직 가시기에는 젊은 나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순간. 어떤 마음으로 눈을 감으셨을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아들에겐 여전히 훌륭한 어머니가 있긴 하지만 초은이와 같은 자폐 아동의 경우 아빠의 자리가 끝까지 중요하다. 엄마 역시 남편인 아빠가 필요하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배우자가 필요하다. 죽을 때까지. 하지만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배우자의 존재가 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슬픈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아니 아내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건강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중요한 것이 너무 많다. 돈도 중요하고, 자식 교육도 중요하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항상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 같다.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나는 아이들을 잘 자라길 바란다. 정상인 첫째와 셋째가 자신만의 인생의 주도적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첫째 아이에게 항상 말한다. “아빠는 네가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했으면 좋겠고, 무엇이든 즐거운 일을 했으면 좋겠어.” 아직 어린 막내에게는 항상 “우리 효은이는 왜 이렇게 귀여워?”라고 묻는다. 아직 그게 제일 중요하다. 너무 먹지 않아서 그냥 잘 먹이고, 잘 싸는데 집중하고 있다. 초은이의 경우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라고 뭐든지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아빠와 엄마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이렇게 세 딸을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건강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요즘 텃밭에서 일을 조금씩 한다. 뭐 하는 일이라곤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아서 잡초는 뽑는 게 전부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운동 삼아서 한다고들 하신다. 내가 해보니 그렇게 운동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운동을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겨울에는 스키를 타면서 즐겁게 운동을 했는데, 여름이 되니 힘들게 운동을 해야 한다. 땡볕에 뛰거나, 등산을 해야 한다. 힘들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운동은 무슨! 그냥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늘 그 소식을 듣고, 생각과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초은이와 아내를 두고 먼저 갈 수는 없다. 그럴 수 없다. 물론 나는 아직 가기 어린 나이이다. 한창이다. 다만 더욱 건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좀 덥지만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 그게 나한테 제일 중요한 일이다. 잊지 말자. 건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