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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Quadrant Biosciences라는 회사가 침을 이용한 자폐 검사 Clarifi를 개발했다. 그리고 Clarifi는 올 7월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고, 가격은 989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로 11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위 영상은 Quadrant Biosciences가 제작한 Clarifi 설명 영상이다. 이 영상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첫 번째, Clarifi는 침 속에 있는 32개의 작은 RNA 분자의 수준을 확인함으로써 자폐 판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Hicks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2018년 11월 Front Genet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 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Clarifi를 통해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좀 더 빨리 조기 진단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동이 4-5세에 자폐 진단을 받고 있는데, 너무 늦은 진단이 되어 조기 중재 시기를 놓친다는 설명이다. Clarifi를 통해 조기 진단을 하고, 자폐 중재의 핵심인 조기 중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지금까지의 자폐 진단은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진단이라기보다는 전문가들이 제한된 시간에 아동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라고 말한다. 즉, 자신들의 Clarifi가 더욱 객관적인 진단 방법이 될 거라는 말이다.
여기까지가 Quadrant Biosciences가 말하는 Clarifi에 대한 설명이다. 만약 그들의 기대처럼 실제로 Clarifi를 통해서 자폐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면 아주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렇다면 초은이와 같은 아이들이 좀 더 빨리 확실한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조기 중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Clarifi가 출시되기 전 학자들의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는 것 같다.
옥스퍼드 대학교 발달신경심리학과 교수인 Dorothy Bishop은 “Clarifi를 실시해서 아동에게 해가 될 것은 없다. 광고를 통해서 그들은 기존의 진단보다 Clarifi가 더 정확한 진단을 해줄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비판한다.
뉴 멕시코 대학교의 신경과학과 교수인 Nikolaos Mellios 역시 Hicks 박사의 연구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구에서 아이들의 침을 사용했고, 그 결과는 구강 위생, 혹은 아동이 그날 먹은 음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즉, 침 속 RNA 분자가 아동의 생물학적 결과만이라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복합적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Clarifi가 정확히 아동을 검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렇게 침으로 자폐를 판별하는 검사인 Clarifi는 학문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Clarifi의 신뢰성은 실제로 검사가 시장에 출시되고, 사용되면서 알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정확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무리한 상품화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런 판단을 하기에는 아동이 성장해야 하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기대한 대로 높은 정확도를 보여준다면 인류가 자폐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상당히 단축하는 어마어마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