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T 청각통합훈련과 관련해서 부모님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들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FAQs)을 포스팅을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필터드 사운드 트레이닝, 오디오키네트론, 이어듀케이터? 다른 건가요? 같은 건가요?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
베라르 박사는 오디오키네트론이라는 장비를 개발해서 AIT 청각통합훈련을 확립한 사람이다. 사실 혼자서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AIT를 창시한 사람은 베라르 박사가 맞지만 이 훈련이 알려지고 확산되도록 도운 단체가 있다. 그 단체는 바로 자폐연구소Autism Research Institute이다.
이 단체는 블로그를 통해서 내가 수도 없이 인용한 단체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자폐 분야에서 굉장히 권위 있는 연구 단체이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고 버나드 림란드 박사가 프랑스에 있던 베라르 박사에게 미국으로 건너와서 AIT를 알리자고 제안했고, 베라르 박사가 이 제안에 응해 미국으로 건너와서 함께 세미나를 열면서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AIT, Auditory Integration Training이라는 이름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베라르 박사가 개발한 오디오키네트론이라는 장비만 존재했다.
시간이 흘러 1997년, AIT 전문가였던 로잘리 세뮤어가 전기공학자 팀 하이겐의 도움을 받아 이어듀케이터라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한다. 그리고 2000년 벨기에에서 열린 AIT 콘퍼런스에서 이어듀케이터는 단종된 오디오키네트론을 대체할 장비로 인정받게 된다. 위 영상을 보면 로잘리 세뮤어가 베라르 박사와 함께 이어듀케이터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로잘리 세뮤어는 이어듀케이터를 컴퓨터화한 필터드 사운드 트레이닝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재 필터드 사운드 트레이닝은 가장 널리 쓰이는 AIT 훈련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적으로 AIT를 함께 연구하는 단체가 두 곳이 있다. 내가 속한 곳은 AIT-Pro라는 곳이다. 이곳은 필터드 사운드 트레이닝, 오디오키네트론, 이어듀케이터 등 다양한 장비를 인정하며 모두 같은 효과를 갖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https://aitinstitute.org/ait_devices.htm
또 다른 단체인 BAITIS라는 단체는 이어듀케이터만 인정한다. BAITIS 홈페이지 역시 로잘리 세뮤어가 전기공학자 팀 하이겐의 도움을 받아 이어듀케이터를 개발한 사실을 홈페이지에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로잘리 세뮤어는 BAITIS 소속이 아닌 AIT-Pro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AIT-Pro와 나는 오디오키네트론, 이어듀케이터, 필터드 사운드 트레이닝은 모두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AIT 훈련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를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단지 단체에 따라 사용하는 훈련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자폐 아동인 초은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이 훈련 방식(장비)의 우열을 따지는 모습을 보면, 도긴개긴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자폐 중재법들과 같이 AIT 역시 자폐를 확정적, 획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중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잘났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AIT는 자폐 아동을 비롯한 발달 상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에게 존재하는 청각적 문제를 완화시켜 언어, 사회성, 집중력 등을 향상시키고, 불안, 공격성, 과잉행동 등을 낮춰줄 수 있는 중재법일 뿐이다. 이 중재가 자폐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현존하는 어떤 중재도 자폐를 획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중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노벨상을 이미 받았어야 했다.
AIT 청각통합훈련은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로잘리 세뮤어 여사와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세상의 많은 자폐 전문가들은 자폐 중재의 크리티컬 피리어드critical period가 36개월이라고 말한다. 이때까지 또래의 발달을 따라가면 평생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또래의 발달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는 조기 중재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AIT는 언제부터 할 수 있을까?
나와 로잘리 세뮤어 여사는 아이가 어리더라도 발달 상의 문제가 확실하다면 훈련을 미룰 이유는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조기 중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8개월 된 아동이 호명 반응이 없고, 부모의 목소리에 반응이 적고, 한 단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면 발달 상의 문제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청각적으로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중재보다도 청각적인 중재를 먼저 진행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듣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헤드폰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나요?
헤드폰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나 역시 처음 초은이에게 AIT를 적용할 때 과연 초은이가 헤드폰을 착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초은이가 6살에 처음 AIT를 했다. 6살이나 먹은 아이를 나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분당 베라르 연구소 소장님을 믿고 초은이를 치료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초은이는 울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받아줄 마음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무식한 생각이었다.
몇 개월 전, 한 어머님께서 AIT 훈련을 신청하고 보름 정도 기다린 적이 있다. 장비가 준비되어 보내드렸는데, 장비를 받은 날부터 아이가 훈련을 너무 잘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알고 보니, 아이 어머니가 마트에서 헤드폰을 구입해서 장비를 기다리는 보름 동안 아이와 헤드폰 연습을 했다. 그 덕분에 그 어린아이는 아주 쉽게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 현명한 엄마를 둔 덕분이다.
나 역시 그때 그 어머님께 많이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훈련을 원하는 모든 분들께 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다. 무작정 무식하게 아이에게 들이대지 말고, 천천히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켜주라고.
AIT는 정말 효과가 있나요?
위 링크를 누르면 AIT의 효과에 관련된 연구논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이런 방식이다. AIT 전, 후 아동의 행동 중 수량화할 수 있는 행동들을 선정해서 그 변화를 측정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훈련 전에는 과잉행동이 10번 발생했다면, 훈련 후에는 3번 발생했다. 뭐 이런 식이다. 그걸 과학이라고들 한다. AIT 효과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ABA, 언어치료 등 다양한 중재들의 효과에 관련된 연구는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해서 그 중재가 자폐를 치료하는 것도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 AIT를 실시해본 부모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나의 경우 초은이가 처음 AIT를 하는 도중에 말을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 충격은 상당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때 초은이가 입을 연 것이 AIT 때문인지, 지난 2년간의 집중력 치료 덕분인지는 알 수 없다. 즉, AIT 덕분에 초은이가 입을 열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경험이지 과학적 측정이라고 볼 수 없다.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부모님은 AIT 후 아이가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을 하신 적이 있다. 내가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AIT 때문에 좋아진 것인가? 그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그 부모님의 느낌일 뿐이다. 그 아이는 언어치료, 놀이치료 등을 꾸준히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AIT가 아이의 개선의 유일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부모의 경험과 느낌은 그럴 수 있다.
반대로 어떤 부모님은 AIT 후 아이가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부모가 느끼는 경험이다. 어쩌면 부모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 아이가 개선이 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AIT의 효과는 획일적, 단정적이지 않으며, 부모들은 아이의 행동의 변화를 보고 그 효과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 모든 자폐 중재가 그렇기도 하다.
자폐 아동 초은이 아빠가 생각하는 AIT 청각통합훈련?
나는 과학적 근거로 보나 경험적 근거로 보나 AIT는 의미 있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 훈련은 다른 모든 중재보다 먼저 시행하면 좋은 중재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청각적 통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 선생님과 일대일로 중재를 시작하면, 아이는 선생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우리처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AIT 청각통합훈련은 의미가 있다. 즉, 모든 중재에 선행되어야 할 중재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각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적 중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AIT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AIT 하면 아이들이 똑똑해지고, 아이들이 자폐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다. 나는 그것만으로 AIT는 의미가 있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