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평창은 많이 덥다.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밖에 나가면 땡볕이다. 농사를 짓는 바람에 내 피부는 새까맣게 타버렸고, 아이들도 동네에서 광합성 수준으로 태양빛을 받으며 놀고 있다.

초은이와 효은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오대산 선재길을 걸었다. 숲속 요정이 나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길이다. 뒤따라 걷다 보니 초은이도 이제 엄마만큼 키가 컸다. 장중첩 때문에 두 번이나 응급실에 입원해서 걱정이 많았던 막내도 이제 씩씩하게 언니와 엄마 옆에서 트레킹을 즐긴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스키를 타고, 여름에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가 검게 타는 이 계절의 변화가 요즘 아름답게, 그리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었나? 그리고 이런 계절의 반복적인 변화가 금방 금방 찾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저녁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폐에 관련된 새로운 연구들을 찾아보고,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그 연구들을 찾아본다고 해서 초은이가 단숨에 자폐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초은이를 이해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현재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서 발표하는 내용들은 자폐라는 큰 그림의 작은 한 조각이 불과하지만 그런 조각들이 쌓여서 언젠가 큰 그림을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신박한 연구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때문일까?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만나기 쉬운 상황이 아니니 자폐의 원인이나 중재의 효과에 관련된 연구 실험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보는 자폐 관련 사이트나 학술 저널 사이트에 연구들이 소개되기는 하지만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연구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자폐 중재법의 임상이나 그 효과에 관련된 논문은 최근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각 중재를 개발한 학술 단체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학술지나 학회에 각 중재에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고 있겠지만 새롭고, 주목받을 만한 연구들은 소개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어찌 보면 자폐 중재라는 개념 자체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폐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모든 대상자를 상대로 획일적이고 확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중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교육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자폐 중재 관련 연구의 부재가 그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일개 아빠이기 때문에 내가 검색하고, 살펴보고, 읽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쓰고 있는 내의 생각은 매우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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