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층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면 1층으로 내려가서 아내와 세 딸들에게 인사를 한다. 아내에게 사랑스러운 인사를 먼저 전하고, 귀여운 딸들에게는 더 사랑스러운 인사를 전한다. 사춘기가 오고 있는 첫째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막내는 귀엽게 아빠를 안아준다. 그리고 자폐 아동인 초은이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초은이는 어렸을 때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인사를 하는 상대방은 항상 뻘쭘하기 일쑤였다. 센터를 다니면서도 초은이가 인사가 되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내가 직접 행동치료학(일명 ABA)를 공부하면서 초은이에게 인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포스팅으로 내가 초은이에게 어떻게 인사하기를 가르쳤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가르쳐야 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폐 아동이 인사하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질 때 등 자연스럽게 인사가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이 행동을 일반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맥락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인사를 가르치는 것은 어쩌면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나는 초은이와 함께 공부하는 방을 만들었다. 센터처럼 아동용 책상을 하나 놓고, 아동용 의자도 준비해놓고, 초은이와 마주 보고 앉았다. 당시 아내와 나는 초은이의 공부시간을 정해놓고 함께 공부했다. 시간이 되면 아내는 초은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초은이에게 인사를 했다. 즉, 선생님을 만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집중적으로 인사하기를 가르쳤다. 반드시 상황이 있어야 한다.
우리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리고 보상
당시 초은이는 불러도 대답도 없는 아이였다. 바로 앞에서 불러도 내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으니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행동주의적 방법을 사용했다. 초은이의 관심을 끌 무언가가 필요했다. 당시 초은이는 후루텔라를 엄청 좋아했다. 그래서 그걸 손에 들고, 내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초은이의 시선은 후루텔라 쪽으로 따라와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초은이에게 다시 한번 “안녕”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초은이는 따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초은이 손을 잡고 흔들면서 “안녕”이라고 대신 말해주었다. 그리고 바로 후루텔라를 입에 넣어주었다. 완벽하게 행동주의적 방법을 한 것이다. 이렇게 후루텔라를 3개쯤 먹었을까? 내가 초은이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흔드니, 초은이도 스스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것 같다. 물론 후루텔라를 먹고 싶어서 한 행동이긴 하지만 스스로 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 나는 초은이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줬고, 바로 손을 잡고 아내에게 달려가서 초은이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내 역시 초은이를 안아주면서 엄청난 칭찬을 해주었다.
사실 강화제 사용은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강화제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아이들은 금방 질린다. 또한 이런 불량 식품을 많이 먹으면 충치도 생기고 당연히 소화기관에도 좋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좋은 보상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초은이는 어떤 보상을 좋아할까?
나는 노트를 펴놓고 초은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불량식품은 제외하고 놀잇감이나 활동 위주로 적어보았다. 초은이가 좋아하는 것들은 참 많았다. 당시 맥포머스도 좋아했고, 아빠가 안아서 높이 들어주는 것도 좋아했고, 강강술래도 좋아했다. 사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런 활동들을 정해놓고 그 활동들을 보상의 계획으로 정했다.
초은이에게 내가 인사를 했을 때 초은이가 스스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면, 초은이를 번쩍 들어서 안아주었다. 초은이는 너무 행복해했다. 바로 다시 바닥에 내려놓으면 또 안아서 번쩍 올려달라고 나에게 매달렸다. 그 순간 초은이는 내 눈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나는 초은이에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초은이는 아빠가 다시 안아주길 바라기 때문에 바로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다시 초은이를 번쩍 들어 하늘 높이 올렸다가 안아준다.
물론 이 과정을 20분만 하면 지쳐서 나자빠진다. 그래도 그 짧은 순간 초은이는 많은 것을 배웠다.
동기 유발하기, 놀이 계획 세우기
위에서 말한 방식 역시 행동주의적 방식이다. 다만 불량식품을 강화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적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이나 놀이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부모와 교감할 수 있는 놀이로 보상을 제공하는 게 좋다.
정상 아동들은 자라면서 다양한 놀이를 배운다.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 쎄쎄쎄, 무궁화 꽃이 피었었습니다 등 다양한 놀이를 배운다. 그리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다가와 “아빠 나랑 가위바위보 하자”라고 말한다. 즉, 아이들은 그 놀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놀이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기쁨이자 보상이다.
자폐 아동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정상 아동과 수준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자폐 아동들도 각자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 부모는 그것을 찾아서 놀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보상으로 제공하면 아이는 좀 더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중요한 게 있다. 부모가 좋아하는 놀이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 한다. 내 아이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반성하고, 아이와 놀아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가 무엇인지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만약 그 리스트를 손에 넣게 된다면, 그때부터 아이는 엄청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