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를 키우는 건 힘든 일이다. 내 경험 상 처음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는 전혀 힘들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아이에게 발달 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때부터 힘이 든다. 감정적으로 힘들고, 야속한 운명을 탓하게 된다. 센터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돈 때문에 힘들고, 투자한 만큼 나아지지 않는 아이를 보며 더 힘들어진다. 그렇게 처음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아직 초은이가 11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힘들 건 예상이 되지 않지만 난 요즘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 초은이와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재미도 있다.
spectrumnews 사이트에서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가 힘든 이유를 이쁜 일러스트로 표현한 그림을 발견했다. 내용을 읽어보니 아빠이지만 많이 공감이 되었다.
●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54%는 치료사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상 발달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31%가 그렇게 말했다.
●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41%는 기관에 양육과 관련된 도움을 요청할 때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 정상 발달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68%는 타인에게 양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느낀다.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의 41% 역시 그렇게 답했다.
●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의 44%는 불안이 의사소통 능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정상 발달 아동을 키우는 엄마는 6%만 그렇게 답했다.
●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의 38%는 상담 시 전문가들에게 아이의 자폐 진단에 대해서 밝히지 않는다.
● 정상 발달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94%는 양육을 하면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는 51%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 정상 발달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85%는 가정 내 양육의 필요를 혼자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47%만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와 정상 발달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이 자기 자신보다 아이의 필요를 우선시한다는 점은 동일했다.
다른 부모들은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다만 아빠, 남편의 입장에서 이 일러스트를 보니 아내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을 자주 의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잘해준다고 해도, 받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책을 읽으면서 여러 측면에서 자신을 의심해야할 필요성에서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의 역할에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