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고기능 자폐로 분류되는 자폐인들이라고 해서 모든 생활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기능 자폐로 분류된 2000명의 자폐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연구는 “고기능 자폐”라는 말이 자폐 대한 인식에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1215791
사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폐 진단을 받게 된 부모는 아이가 저기능 자폐가 아닌 고기능 자폐이길 간절히 바란다. 이왕이면 말을 못 하고 지적인 문제가 있는 자폐아보다는 말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자폐아가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2019년 6월 오티즘이란 학술지에 발표된 이 연구는 고기능으로 분류되는 자폐인들 역시 적응 행동adaptive behavior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적응 행동이란 양치, 신발 끈 묶기, 버스 타기와 같은 일상 활동을 의미한다.
연구의 주 저자인 앤드루 화이트하우스 박사는 “고기능 자폐라는 용어가 이 자폐인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관료들이 이 용어를 자폐인들의 필요를 파악하는데 사용하기보다는 누구에게 서비스과 지원금을 제공할지 결정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폐 아동 중에서 지적 문제가 없거나 공부를 잘하는 경우 고기능 자폐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자폐 아동들이 다른 삶의 영역까지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2000명이라는 상당히 큰 샘플 사이즈를 사용해서 IQ와 적응행동 사이의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고기능 자폐라는 말은 1980년대 다양한 학술 논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거나 IQ가 높은 자폐 아동들을 묘사하는데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또한 고기능의 반대 개념인 저기능 자폐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사실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고기능 자폐라고 해서 부모의 걱정이 덜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저기능 자폐아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말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상 고기능 자폐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