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간단하면서 통합적unifying일 때 그 힘을 발휘한다. 간단한 원리로 현상의 작동 원리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면 학문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자폐 연구에서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nhum.2010.00224/full
스위스 학자인 Kamila 와 Henry Markram 박사는 2011년 Intense World Theory, 우리말로 “강렬한 세상 이론”을 주장했다. Intense World Theory는 기본적으로 자폐에 대한 통합적 이론을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제시한 것이다. Intense World Theory의 기본 주장은 이런 것이다.
자폐는 주변 정보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뇌 속 마이크로 회로 때문에 발생한다. 자폐인들은 수많은 감각정보를 제대로 통합, 처리하지 못해서 주변 환경을 폭넓게 보지 못하고, 세부적인 것들만 확대해서 보게 된다. Kamila와 Henry Markram은 쥐 실험을 통해서 자폐의 경우 편도체 뉴런이 과도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감각피질과 전두엽 피질의 뉴런 역시 과도하게 반응한다고 주장한다.
Intense World Theory에 의하면 자폐인들은 하루 종일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감각 정보들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고, 보통 사람들 보다 매우 강렬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고요하고 평안하게 시간을 보낼 때도 자폐인들의 뇌는 그렇게 쉬지 못한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자폐인들의 뇌는 정보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다. Kamila와 Henry Markram은 자폐인들이 사회적 의사소통이나 인지가 부족한 이유도 자폐인들이 강렬한 세상에서 정보 처리에 바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폐에 대한 통합적 이론을 제시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수많은 반론에 부딪치게 된다.
우선 런던대학교의 Uta Frith 교수는 Intense World Theory가 자폐인 일부만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자폐인들이 갖는 감각적인 문제는 과예민함hypersensitivity에서부터 저예민성hyposensitiviy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매우 넓고, 그 정도 역시 개인차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마이크로 회로의 초고기능성hyperfunctioning으로 자폐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샐리 로저스 역시 과도각성over-arousal으로만 자폐를 설명하려는 Intense World Theory는 저각성under-arousal을 배제한 점에서 통합적 이론으로서 실험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별히 로저스 박사는 사회적 참여를 회피하려는데 자주 사용되었던 자폐의 과도각성 이론은 낡은 이론old theory이라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와 달리, 자폐인 이자 동물행동학 교수로 잘 알려진 템플 그렌딘은 Intense World Theory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템플 그렌딘은 가족 구성원 중에 자폐인이 있는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Intense World Theory가 어느 정도 말이 된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전체 자폐인 중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화한 수준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자폐인들이 경험하는 세계가 정말 “강련한intense” 세상인지 명확히 말하기 어렵고, Intense World Theory가 자폐에 대한 다른 이론적 접근과 확실한 차별성이 있는 잘 짜여진 이론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