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2018년 여름 이곳 평창군 봉평면으로 이사를 왔다. 이번 여름이 되면 이제 만 3년을 꽉 채우게 된다. 자폐 아동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오면 어떨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자폐 아동과 함께 사는 시골 생활의 불편한 점과 좋은 점을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초은이랑 시골에 살아서 불편한 점
초은이를 일반적인 자폐 아동이라고 생각하고 불편한 점을 써보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불편한 점은 자폐 전문 치료 센터의 부재이다. 다른 시골 마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평창군 봉평면에는 발달장애를 다루는 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평창군 특수교육지원청에서 순회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없이 부족하고, 부모의 구미에 맞는 수업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 아동과 시골로 이사를 가볼 생각이라면 학교 외 특수교육의 한계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초은이가 8살이 되던 해부터 초은이를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교육과 재활의 대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에 관련 센터가 없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골을 선택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항상 차로 이동을 해야 한다. 도시에 살 때는 차를 타지 않아도 갈 곳이 많았다. 집에서 바로 나와서 아파트 단지만 돌아도 놀이터가 많았고, 조금만 걸어도 파리바게뜨, 스타벅스 등 걸어서 가지 못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항상 시작부터 차를 타야 한다.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노는 게 아니라면 항상 차로 이동해야 한다. 불편하다면 불편한 점이다.
세 번째, 병원이 멀다. 우리가 주로 다니는 내과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초은이가 다니는 정신과는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병원이 먼 것은 매우 매우 불편하다.
네 번째, 연료 관리를 하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자폐 아동을 키우는 것과 관련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관계가 있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지만 초은이는 항상 생활하기 좋은 온도를 잘 유지해 줘야 한다. 그런데 시골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한다. 기름통에 남은 기름을 확인하고 주유소에 전화를 걸어 기름 배달을 시켜야 한다. 자칫 깜빡하면 기름통에 기름을 떨어지면 추운 밤을 보내야 한다.
이번에는 좋은 점을 살펴보자.
초은이랑 시골에 살아서 좋은 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가족에겐 좋은 점이 불편한 점 보다 더 큰 것 같다.
첫 번째, 정크푸드를 거의 먹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는 피자를 사 먹을 만한 곳이 없다. 우리 가족이 가장 선호하는 피자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차로 한 시간을 가야 한다. 봉평에 파리바게뜨가 있긴 하다. 휘닉스 파크에 있는데, 문을 열지 않는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결국 환경적으로 초은이는 정크푸드를 접할 기회가 매우 적어졌다.
도시에 살 때 초은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동네에 정크푸드가 워낙 많았고, 많이 있다 보니 자주 사주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가 없다. 덕분에 초은이와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인다. 물론 세끼 음식을 준비하는 수고스럽다. 그래도 아이들에 건강에, 특별히 초은이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두 번째, 층간 소음 등 주변 눈치를 볼 일이 일도 없다. 어쩌면 이게 제일 좋은 점인 것 같기도 하다. 시골에 오기 직전에 초은이 편하라고 아파트 1층에 살았는데도 옆집 눈치를 보며 살았다. 초은이가 뛰면 옆집까지 소리가 울렸다. 눈치를 볼 수밖에…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아도 항상 눈치를 봤다. 워낙 애들이 많은 단지였는데, 놀이터에 항상 아이들이 많았다. 초은이가 편하게 놀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 시골집에서는 가장 가까운 집도 직선거리로 7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 집 안에서는 지지고 볶아도 상관없다. 덕분에 초은이도 더욱 즐거운 생활을 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얌전해지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초은이 하고 싶은 놀이도 편하게 하고, 초은이 소리 지르고 싶으면 편하게 지른다. 이런 환경이 심리적으로도, 그리고 발달적으로도 초은이에게 훨씬 유익한 것 같다.
세 번째, 부모 마음이 더 편해졌다. 왜 그런 걸까? 아내와 나는 여기 이사 온 후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고, 마음의 평안함도 더 생긴 것 같다. 아무래도 일상 자체가 더 여유로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시골에서 살다 보니 시골 시계에 맞춰서 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평화롭고 여유로워진 것 같다.
네 번째, 지출이 조금 줄게 됐다. 도시에서 살 때보다 우리 가족은 지출의 규모를 줄이게 됐다. 이것 역시 어쩔 수 없이 된 것이다. 돈을 쓸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엄청 많이 줄이진 못했다. 인터넷으로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에서 살 때보다는 확실히 지출을 줄이게 됐다.
자폐 아동과 함께 시골에 살면서 불편한 점, 좋은 점이 더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다. 전반적으로 불편한 점을 상쇄할 만큼 좋은 점이 우리 가족에게는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