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를 치료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일주일에 40시간의 교육 혹은 치료를 받으면 아이가 더 좋아질까? 40시간? 시간당 5만 원만 잡아도 일주일에 200만 원이다. 이게 가능은 한 걸까? 나 역시 이런 고민을 했었다.

이 고민을 하기 전, 처음에는 초은이의 중재를 수동적으로 결정을 했다. 초은이에게 어떤 중재를 해야 좋은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고민을 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중재를 제공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별로 진전이 없어서 더 잘한다는 센터나 선생님을 찾기 시작했다.

첫 몇 년 동안 일과 치료를 동시에 하느라 피로를 달고 살았다. 당연히 돈이 있어야 삶도 꾸려나가고 치료도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초은이가 7살이 되던 해, 초등학교 가기 전에 한 번 올인해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관두고 초은이 치료, 교육에만 전념했다. 대출도 받아썼다. 물론 후회는 없다. 안 해봤으면 더 후회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이 남는다. 그래서 그렇게 올인한 1년 동안 초은이는 엄청 좋아졌는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나처럼 해본 부모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https://psycnet.apa.org/record/1987-16420-001

응용행동분석, 흔히 ABA라고 부르는 중재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로바스 박사의 1987년 논문이다. 자폐 아동에게 2-3년이라는 장기적인 시간 동안 일주일에 40시간의 ABA를 실시했더니 그중 47%가 평균의 지적 능력과 학업능력을 갖게 되었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논문만 보면 주 40시간 아이에게 중재를 제공하면 우리 아이가 정상아로 발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논문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로바스 박사의 주장일 뿐이다. 또한 하나의 논문이 어떤 현상의 진릿값을 명확히 보여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https://jaacap.org/article/S0890-8567(20)31350-2/fulltext

2020년 8월 재미있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자폐 아동에게 더 많은 시간의 중재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차이를 발생시키는지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더 많은 시간 치료를 받게 하면 정말 아이가 더 좋아질까? 이 질문을 실제 실험의 방식으로 확인해본 연구이다.

12-30개월의 아이들 87명을 네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중 두 그룹에게 행동주의에 기반한 Early Intensive Bebavioral Intervention를 제공했고 다른 두 그룹에게는 상호작용과 놀이에 기반한 Early Start Denver Model을 제공했다. 각 훈련을 한 그룹에게는 주 15시간, 다른 그룹에게는 주 25시간, 이렇게 1년 동안 제공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매 세션을 통해서 관찰되었고 6개월마다 평가가 이루어졌다

연구진들은 네 그룹 사이에서 수용 언어능력, 표현 언어능력,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 자폐증상의 개선의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즉, 제공하는 중재가 다르다고 해서 아이들의 발달적 개선에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중재 시간 길다고 해서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자폐 아동을 키워보면 아이들이 개선되는 시계열은 매우 길다. 즉, 아이들이 단번에 확 좋아지는 경우보다는 여러 가지 노력에 의해 서서히 좋아지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느린 아이들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인텐시브 하게 중재를 제공하고 아이 발달에 긍정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중재의 일반화와 가정에서의 지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센터나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그 치료와 교육이 더욱 확장되고, 센터나 교실에서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중재와 교육을 가정에서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