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하기 위해서 정리하며 쓰는 글입니다.
1961년 정신과 의사 다니엘 프리드만은 자폐 연구 역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발견을 했다. 4명의 비자폐 아동과 23명의 자폐 아동의 혈중 세로토닌 레벨을 비교한 결과, 자폐 아동에게서 세로토닌 레벨이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했다. 프리드만 이후 많은 연구자들도 자폐인들 사이의 세로토닌 과도현상hyperserotonemia을 확인했다.
https://www.jpeds.com/article/S0022-3476(61)80261-8/pdf
1980년대 일리노이 대학교 정신과 교수인 에드윈 쿡이 자폐의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세로토닌 과도현상은 자연스러운 출발점이 되었다. 에드윈 쿡 교수는 다른 출발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21세기가 된 오늘날에도 자폐인들의 세로토닌 과도현상은 두드러진 연구 결과 중 하나이다. 에드윈 쿡 교수의 지도 교수였던 제레미 밴더윌 교수는 세로토닌 과도현상에 대해서 “우리가 자폐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소수의 강력한 생물학적 단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로토닌과 자폐 생물학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연구자도 세로토닌 과도현상이 자폐인들의 유전적, 해부학적, 행동적 특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이렇게 세로토닌 연구에 진척이 없자 자폐와 세로토닌의 관계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겼다. 그 결과 많은 연구들이 세로토닌과 자폐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십 년의 연구에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자 세로토닌과 자폐의 연관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부 연구진들이 다른 방식으로 세로토닌과 자폐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만의 발견 이후로 세로토닌을 연구했지만 세로토닌 과도현상에 대해서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없었다. 혈중 세로토닌 레벨이 인간의 뇌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지는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fMRI를 통해서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혈중 세로토닌 레벨을 확인하는 우회적 방법은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예일 대학교의 조지 앤더슨 역시 피 검사를 통해서 세로토닌이 뇌에 미치는 역할을 추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장에서는 세로토닌이 피 속에서 만들어지는 반면, 뇌에서는 세로토닌 분비 뉴런이 직접 세로토닌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 두 영역은 완전히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세로토닌이 두 영역을 가로지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 앤더슨이 말한 것처럼 피 검사를 통해서 세로토닌이 뇌에 미치는 역할을 추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영역에 적어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로토닌 수송단백질transporter이다. 이 단백질은 뉴런에서 방출된 세로토닌을 다시 뉴런으로 되돌려보내고, 혈중 세로토닌을 다시 혈소판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혈소판은 순환계에서 거의 모든 세로토닌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1961년 프리드만이 측정했던 세로토닌 레벨은 주로 혈소판에 존재하는 것이었고, 예일 대학교의 조지 앤더슨은 이 사실에 착안해서 흥미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조지 앤더슨의 추측은 이런 것이었다. 자폐인들이 세로토닌 과도현상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세로토닌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폐인들의 혈소판이 세로토닌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덜 방출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결국 자폐인과 비자폐인의 세로토닌 레벨의 차이는 세로토닌 수송단백질의 차이라는 설명이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803-011-1371-1
그래서 조지 앤더슨은 혈소판 외부에 존재하는 혈중 세로토닌 레벨을 측정했고, 자폐인과 비자폐인 사이에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즉, 세로토닌 수송단백질이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폐인과 비자폐인들 사이의 세로토닌 레벨의 차이가 세로토닌 수송단백질의 차이 때문이라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https://www.cell.com/ajhg/fulltext/S0002-9297(07)62916-4
그렇기 때문에 자폐 증상과 세로토닌의 관계를 단정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연구를 지켜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