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진단은 일반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의 부재, 사회성의 결핍, 그리고 제한적이거나 반복적인 행동 등, 자폐 핵심 증상의 행동 특성으로 평가한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DSM에서도 이러한 행동 평가 방식을 사용한다.
내 아이에게 발달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을 때, 자폐 진단을 받는 것은 길고 힘든 일이 된다. 자폐는 하나의 유전적 혹은 생물학적 특징이 아닌 행동적 특징으로 규정되는 이질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치료사들은 각 아동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도구를 사용하고, 그후에 개별적 중재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치료사들의 경우 이런 기준화된 진단 도구를 사용할만한 전문성이나 자원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단을 원하는 많은 부모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선별과 진단 도구를 개선하고, 그 도구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학자들이 시도가 있었고, 또한 새로운 진단 도구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자폐 선별과 진단을 위한 기준화된 도구는 무엇일까?
치료사들은 자폐 진단을 위해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선별검사는 어린 영아들을 대상으로 자폐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진단 검사는 대상자가 실제로 자폐인 인지 확인,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90년대 초기 개발된 영아 자폐증 선별검사(M-CHAT, the Modified Checklist for Autism in Toddlers)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자폐증 선별도구이다. 18-24개월 아이의 사회성, 운동능력, 언어능력에 관련된 23개의 예-아니오 질문에 부모가 답변하는 방식이다.
영아 자폐증 선별검사에서 위험 징후가 확인되면 일반적으로 두 진단 검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는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쥴(ADOS, the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과 자폐증 진단 면담지(ADI-R, the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이다.
ADOS를 사용해서 평가자는 최대 1시간 대상 아동이 사회적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참여하는지 관찰한다. ADI-R의 경우, 주 양육자가 여러 시간 동안 93개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이다. 평가자들은 자폐 증상을 평가하기 위해서 다른 도구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생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적응 행동 검사(Adaptive Behavior Scales), 사회적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사회 반응성 검사(Social Responsive Scales)를 활용하기도 한다.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검사는 어떤 검사일까?
위에서 언급한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쥴(ADOS)과 자폐증 진단 면담지(ADI-R)는 가장 많은 자폐인을 확인하고, 잘못된 진단을 하는 경우가 가장 적은 검사이다. ADI-R은 한국어를 포함한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평가사들에게 선택되어 사용되고 있다. ADOS 역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영아 자폐증 선별검사(M-CHAT)의 경우 빠르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만, 선별검사이기 때문에 자폐의 위험성을 보여줄 뿐,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제한점이 있다. 그래서 M-CHAT은 여러 개정판이 존재하고, 국가별로 자국에 특성에 맞춰 개정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존 M-CHAT 질문에 더해 추가 인터뷰를 진행해서 좀 더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검사들은 어떤 면에서 개선이 필요할까?
과학자들은 주로 남자아이들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폐를 위한 진단 검사를 개발했다. 그래서 이 검사들이 여아들을 대상으로 자폐를 진단하는데 그렇게 유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소수민족이나 저소득 가정의 경우 자폐 진단율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진단 도구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https://www.theatlantic.com/health/archive/2016/05/autism-research-overlooked-racial-bias/481314/
어떤 도구들은 특정 연령대에서 더 정확한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영아 자폐증 선별검사(M-CHAT)의 경우 18개월 보다 24개월에 더 정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8개월 영아의 경우 자폐증이 없는 경우에도 자폐증 위험이 있다고 잘못 선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연구는 M-CHAT 검사에서 자폐 위험군으로 선별된 영아의 집단 중 36%만이 실제로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https://pubmed.ncbi.nlm.nih.gov/28762159/
자폐 진단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무엇일까?
자폐는 24개월이 되면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선별검사는 보편적이지 않으며, 일부 아동의 경우 학령기 전에, 혹은 그 이후에도 선별, 진단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초기 진단에 방해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숙련된 평가사의 부족이다. ADOS와 ADI-R를 적절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검사들 대신 짧고, 간단한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부모 입장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새롭게 등장하는 진단 도구는 무엇일까?
많은 연구진들이 자폐의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찾고 있다.
아이 트레킹eye-tracking 기술도 도입되고 있는데, 자폐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확인하는 평가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자폐인들은 다른 사람과의 눈맞춤을 피하고, 사람의 입이나 주변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아이 트레킹 기술을 활용하면 어린 영아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해서 자폐 진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심장 박동, 수면 패턴, 그리고 몸의 움직임도 자폐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이 있다. MRI 기술을 통해서 자폐인 뇌의 특이점을 규명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고, 자폐 발생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서 자폐 진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