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 말인 것 같은데, 자폐 연구 분야에서는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인가 보다. 자폐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은 이제 정설로 인정된다. 그리고 학자들은 어떤 유전자가, 혹은 어떤 유전적 변이가, 또는 어떤 유전자 손실이 자폐를 발생시키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폐와 관련된 유전자 연구는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으며, 위 링크를 통해서 현재까지 밝혀진 자폐 관련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유전자들이 자폐의 발생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추정될 뿐, 확정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최근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개별 유전자들과 자폐의 연관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시행된 경우가 많다. 예컨대, A라는 유전자가 자폐 발생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식의 연구 결과이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1418010

하지만 2019년 10월에 발표된 이 연구는 조금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하나의 유전자가 아니라 여러 유전자들이 함께 상호작용을 한 결과가 자폐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험용 쥐의 연구 결과, 윌리엄스증후군의 경우 여러 유전자 결손이 상호작용하여 증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윌리엄스증후군은 28개의 유전자를 관장하는 7번 염색체의 미세결실로 인해 발생한다. 윌리엄스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과도하게 친절하고 너무 사회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의사소통 기능은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윌리엄스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자폐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 지적 장애를 보이기도 하고, 몸을 잘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윌리엄스증후군의 미세결실에는 GTF2I와 GTF2IRD1이 포함되는데, 이 두 유전자가 윌리엄스증후군의 사회적 인지적 특성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연구진들은 윌리엄스증후군의 미세결실을 모두 손실한 쥐들과 GTF2I와 GTF2IRD1 유전자만 손실한 쥐들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윌리엄스증후군 미세결실을 모두 손실한 쥐들에게서 발견된 사회적 의사소통 문제, 운동기능 문제, 심리적 문제가 GTF2I와 GTF2IRD1 유전자만 손실한 쥐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즉, 윌리엄스증후군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GTF2I와 GTF2IRD1 유전자의 손실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여러 유전자 손실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윌리엄스증후군이 자폐는 아니지만 윌리엄스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절반이 자폐 진단 기준에 충족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자폐 발생 역시 어떤 단일 유전자, 유전자 변형, 유전자 손실로 발생할 가능성은 적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연구가 시사하는 점이 크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자폐의 원인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 같아 답답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