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나는 센터에서의 중재보다 부모가 직접 아동에게 제공하는 중재가 더 지속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내 경험 때문일 것이다. 초은이가 어렸을 때 센터 이곳저곳을 다니는 동안 사실 엄청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초은이의 필요에 딱 맞는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늘 해왔던 방식을 초은이에게 적용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초은이의 변화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대구사이버대학교 행동치료학과에 편입하면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바로바로 초은이에게 가정에서 적용했을 때는 생각보다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오히려 놀라기도 했다. 이것은 아마도 당시 행동치료학을 처음 공부했던 내가 센터 선생님들보다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초은이에 대해서 센터 선생님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몇 년 동안 센터를 돌면서 초은이를 키우다 보니 초은이의 개별 특성을 꾀고 있었던 덕분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자폐 아동들에게 엄마표 중재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그 효과는 의미가 있는 수준일까?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803-022-05688-8

얼마 전, 한 연구진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메타분석meta-analysis을 사용했다. 메타분석은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개별 연구를 통계적으로 통합, 비교해서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연구결과를 돌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이다.

연구진들은 1990년부터 2020년 3월까지 발표된 논문 데이터 베이스에서 부모가 자폐 아동의 중재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케이스를 검색했다. 처음에 1939개의 연구를 확인했고, 연구 편견과 출판 편견의 위험을 줄이고, 높은 수준이 테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연구진들은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연구를 선별했다. 그 결과 총 51개의 연구가 선정되었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803-022-05688-8/tables/1

이 링크는 선정된 51개의 연구와 그 연구들에서 부모들이 사용한 중재들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51개의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은 2.895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남자아이들이 83%, 여자아이들이 17%로 확인되었다. 엄마 아빠가 동시에 참여한 경우는 84%, 엄마만 참여한 경우는 12%, 부모와 다른 양육자가 함께 참여한 경우는 4%였다. 부모들은 대부분 매주 전문가에게 중재법과 관련된 교육을 받았고, 평균 교육시간은 89.6분, 평균 참여 교육 세션 수는 13.3회였다.

이런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본 연구는 다음과 결론을 내린다.

The findings of this meta-analysis confirmed overall favorable effects of PIIs for children with ASD. Moderately strong improvements in child outcomes relative to control conditions were found.

메타분석의 결과를 통해 자폐 아동들에 대한 부모 직접 중재의 전반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대조군(전문가에 의한 중재)과 비교했을 때 아동들에게서 온화하게 강한 개선이 발견되었다.

“Moderately strong improvements, 온화하게 강한 개선”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부모가 직접 중재에 개입했을 때 아주 조금 더 효과가 있었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왜 엄마표 중재가 좋은 결과를 보인 걸까? 여기서부터는 나의 뇌피셜이다.

아마도 부모의 적발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자녀 문제에 대해서 절박하지 않은 부모들도 있다. 요즘에는 자기 친자식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기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 문제라면 눈이 뒤집히고 어느 누구보다 그 문제에 적발하게 매달리기 마련이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시시때때로 아이를 교육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넋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각성해서 아이를 열심히 가르치기도 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다.

이 연구를 보면 통계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엄마 아빠표 중재는 자폐 아동들에게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각종 중재법을 공부하고, 자신이 공부가 조금 부족해도 배운 대로 아이에게 적용해 보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조금씩 쌓인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시간과 기록이 되고, 아이는 느리지만 서서히 발전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운이 좋아서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전문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로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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