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글을 보다가 한 연구자가 쓴 글을 읽게 되었다.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autistic-lives/202207/i-am-autistic-scientist

이 글을 쓴 사람은 Zachary J. Williams는 의사이고, 뇌과학 박사과정 중이라고 한다. 본인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 뇌과학 학사 과정을 할 때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관심을 갖고 꽤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고 한다.

이 글에서 Zachary J. Williams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유전학적, 임상적 연구의 중요성에 강조하고, 자신도 자폐인으로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다른 자폐인들도 많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초은이와 같은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어떻게 자폐인이 이렇게 글을 잘 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는 스펙트럼인데, 중증 장애를 가진 초은이와 함께 살면서 나 역시 자폐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 것 같다. 자폐는 스펙트럼이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폐가 스펙트럼이라는 사실이 자폐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초은이에게 발달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간절히 바랬던 것이 하나 있다.

제발 초은이가 자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왜 그리 “자폐”라는 단어에 집착했을까? 自閉라는 단어가 싫어서 집착했던 것 같다. 다른 부모님들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스펙트럼처럼 개인마다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자폐”라는 단어에 너무 집중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초은이가 어렸을 때는 그걸 깨닫지 못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최근 연구들은 그 다름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자폐인들에게서 무수히 많은 하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 하위집단을 규정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방식의 연구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연구 방식이 통제군autistic과 대조군neuro-typical으로 큰 집단을 비교한다. 하지만 그 통제군autistic에는 무수히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통제군과 대조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한다고 해서 그것이 통제군 안에 존재하는 스펙트럼을 제대로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원인 규명도, 치료 방법의 개발도 매우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발달장애”라고 생각하면 더 단순하고 명료해질 수 있다. 어려서 또래 수준의 발달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런 기준에서 위 글을 쓴 저자 Zachary J. Williams를 발달장애인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초은이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폐”라는 진단명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느리지만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 못하는지 확인하고, 장점을 더 잘 키우고, 못하는 것을 하나씩 할 수 있도록 교육하면 된다. 물론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시간이 보통 아이들의 100배 정도는 더 걸릴 것 같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증상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어떤 아이들을 10배의 시간만으로도 교육을 이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요즘 우영우를 보면서, 또한 우영우에 대해서 말하는 성인 자폐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폐가 무엇인지 많이 헷갈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원래 헷갈리는 것이다. “자폐”라는 말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초은이의 발달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더 이로운 것 같다.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