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조금 고생을 하고 있다. 이틀 전 금요일 예초기를 들고 제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바람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암튼 그렇게 신나게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데, 뭔가가 날아와서 내 종아리를 꽉 물었다. 그 순간 딱 보니 말벌이었다. 아무래도 자기들 편하게 쉬고 있는데, 내가 헤집고 다닌 게 괘씸했나 보다.

지난주에도 한 번 물렸었는데, 며칠 가렵다 말았다. 당시 벌은 작은 말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놈의 말벌! 덩치가 좀 컸다. 그 녀석을 눈으로 보긴 했는데, 장수말벌 같지는 않았다. 만약 장수말벌이었다면 난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날 물고 간 그놈은 지난주 보다 조금 큰 녀석이었다. 물릴 때는 주삿바늘 꽂히는 것처럼 아팠는데, 점점 독이 올랐다.

강릉 의료원에 가서 세 가지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너무 간지러워서 힘이 들었다. 그래서 아산 병원에 가서 또다시 항상 제와 진통제를 주사로 맞았다. 지금은 약을 먹고 있다. 의사 선생 말이 벌의 침과 독 때문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한다. 그래서 더 간지러울 수도 있다고. 지금은 통증은 없다. 하지만 발목부터 무릎까지 간지러움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조금만 온도가 낮아지면 그 부위가 뻘겋게 부어오른다. 그래서 자주 냉수를 뿌려주고 선풍기를 틀어서 온도를 낮추고 있다.

선풍기 바람 쐰다는 핑계로 나는 이층 서제에 올라와 있고, 아내는 혼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있다. 도와주고 싶은데, 조금만 움직여도 종아리에 열이 오르면서 가려움증이 극에 달한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쉬고 있다. 다시는 벌에 물리면 안 될 것 같다.

벌에 물려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서 아내는 아이들 걱정이다. 초은이가 마당에서 노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말벌 때문에 걱정이라고 한다. 사실 벌들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사람을 무는 일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역이 워낙 산간 지역이다 보니 말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작년 여름에도 이사를 와서 말벌 잡는다고 난리를 쳤는데, 올해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벌이 물리지 않도록 만반의 예방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말벌을 유인해서 잡는 통이 있다고 하는데, 우선 그런 걸 조금 준비해서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비치해보려고 한다. 그러면 그놈들이 우리 집 말고 그쪽으로 날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보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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