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자폐와 말 인지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뭐. 공부라기보다는 관련된 연구들을 살펴보고 내가 초은이를 더 잘 도울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초은이를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보니, 아주 어렸을 때는 아예 귀머거리인 것처럼 보였다. 불러도 대답도 없었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마치 소리를 못 듣는 아이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수용 언어가 아주 조금씩 늘면서, 초은이가 듣기는 듣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지시사항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초은이가 10살이 되었고, 이제 초은이는 웬만한 말을 알아듣는 아이가 되었다. 정상 발달 아동이었다면 만 2세 정도에 거의 모든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정상 발달 아동과 비교하면 초은이의 말 인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이 느렸다.

초은이와 같은 자폐 아동이 말 인지가 느리거나 문제가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결론부터 말해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자폐 아동이 말 인지에 문제가 있는 근원적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말 인지(Speech Recongnition)이란?

말 인지라는 것은 말의 뜻만 보면 소리로 된 언어정보를 해석해서 의미를 형성하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말 인지를 하는 걸까?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이룬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모국어를 듣고 순식간에 그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도 만 2세 정도가 되면, 어휘나 사고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모국어에 대한 말 인지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다. 즉, 말 인지라는 것은 거의 모든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능력이다.

언어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신비에 대해서 연구를 해왔지만, 인간이 어떻게 말을 듣고 인지하는지, 그 방식과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언어학자들은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중심으로 인간의 말 인지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어느 이론도 하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언어학의 여러 분야 중에 컴퓨터 언어학Computational Linguistics라는 분야가 있다. 이 분야의 목표는 언어 구조와 말 인지를 체계화해서 컴퓨터가 인간의 말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컴퓨터 언어학자와 컴퓨터 공학자들은 컴퓨터가 문어written language를 이해하는 기술을 거의 완성했다. 물론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컴퓨터는 문어를 이해하는 번역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컴퓨터 언어학자들의 목표는 컴퓨터가 인간의 말을 듣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도식을 사용한다. 컴퓨터가 인간의 말소리를 마이크를 통해서 듣고, 그 소리를 정확하게 문어로 전환한다. 그리고 컴퓨터는 문어를 해석한다. 그래서 최근의 말 인지는 컴퓨터가 정확하게 구어를 문어로 바꾸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말 인지와 상당히 다르다. 인간의 말 인지는 말소리를 바로 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간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어, 즉 글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나 한글을 배우기 전에 말을 배우고, 평생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말소리를 통해서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즉, 언어의 본질은 소리이지, 글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말 인지는 구어를 문어로 바꾸는 과정 없이, 말소리를 바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이런 방식으로 말 인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청각 기관과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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