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하면 “번식 중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더 이상 자녀를 낳지 않는 경향성을 학문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자폐 아동을 키우는 많은 부모들이 또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자폐의 요인 중 유전적 요인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았는데 또 자폐아가 나올까 봐 무서워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자폐 아동인 초은이를 키우면서 초은이 동생이 생겼을 때 고민이 많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자폐 위험 유전자에 강하다. 다시 말하면, 여성에게 자폐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많은 자폐 위험 유전자가 작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우리 가족에게는 자폐 위험 유전자가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초은이 동생이 자폐 위험 유전자에 취약한 남성이라면 자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초은이 동생은 여성이었고,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지금 정상 발달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고민 때문에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또 아이를 갖고 낳겠다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2014년 캘리포니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정상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 보다 번식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5년 덴마크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1857873

그런데 2019년 스웨덴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80퍼센트는 번식 중단을 하지 않았다. 즉, 자폐 아동의 동생을 또 낳고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80퍼센트나!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인 것 같다. 이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의 복지 정책과 장재 지원 서비스 덕분에, 스웨덴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비용은 미국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실태와 비교하면 어떨까? 객관적 자료가 없어서 짐작만 할 수 있지만 스웨덴과 우리나라 사이의 자폐 아동 양육 비용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야 과거와 비교했을 때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출산뿐만 아니라 결혼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겼기 때문에 스웨덴과 비교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스웨덴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80 퍼센트가 자폐 아동의 동생을 낳았다는 통계 연구를 보면서 그냥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