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자폐 치료법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치료법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중재, 혹은 중재법이라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자폐를 완벽하게 치료하는 치료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치료든 중재든 그건 말의 차이일 뿐이고, 재미있는 연구를 하나 발견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1269800

이렇다 할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그나마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마저 효과가 없으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중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면 혹해서 아이를 위한 중재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기도를 할 것이고,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불공을 드릴 것이며, 토속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굿을 할 것이다. 그러다 뭐 하나 얻어걸려서 아이가 극적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그게 자폐다. 어떤 획일적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뭐라도 하는 게 좋다.

아무튼 다시 과학으로 돌아와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폐 중재법들은 대부분 학자들에 의해서 개발된다. 그 학자들 역시 자폐에 대해 잘 알기는 하지만 자폐의 근원적 원인과 치료법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중재법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한다. 어떤 중재법을 개발한 학자는 당연히 자신의 중재법이 좋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재법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한다. 여기서 이미 편견이 발생한다. 학자는 어떻게든 자신의 중재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중재법을 개발한 학자뿐만 아니라 그를 추종해서 그 중재법을 전공하는 학생들, 박사, 석사 역시 자신들이 추종하는 중재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밥 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에 링크로 언급한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이 연구는 406편의 자폐 중재법 효과 임상 연구를 분석했다. 대부분의 연구는 중재법을 개발한 사람 혹은 그 중재법을 까고 싶은 사람에 의해 진행되었다. 당연히 대부분 편견을 가진 연구이다(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렇다). 아무튼 이 연구가 지적하고 싶은 바는 406편의 연구에서 자폐 중재법의 효과를 검증할 때 그 검증 방법에 있어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406편의 연구는 대부분 자신들의 방식으로 중재의 효과를 측정했다. 당연히 과학적인 측정이니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분석했고, 중재 전과 후의 변화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연구들이 사용한 효과 검증 방식이 모두 제멋대로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AIT 청각통합훈련의 효과를 검증하고 싶은데, 훈련 전후 호명 반응의 횟수를 측정한다. PECS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훈련 전후 특정 시간 간격 동안 발화된 단어의 수를 측정한다. 뭐 이런 식으로 자기들 멋대로 검증 방법을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효과를 밝혀내고 싶은 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검증법을 사용할 것이고,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 자들은 불리한 검증법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406개의 연구에서 유효한 검사 도구를 사용한 경우는 대략 5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경우 3개의 검사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평가the Social Responsiveness Scale, 아동기 자폐척도the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 자폐 진단 관찰 스케쥴the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이었다. 하지만 이 세 평가는 단기간에 발생하는 아동의 변화를 측정하는데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연구는 지적하고 있다.

https://www.wpspublish.com/store/p/2993/srs-social-responsiveness-scale

https://www.wpspublish.com/store/p/2696/cars-2-childhood-autism-rating-scale-second-edition

https://www.wpspublish.com/store/p/2648/ados-2-autism-diagnostic-observation-schedule-second-edition

결론적으로 자폐 중재법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일반화된 유효한 검증법 자체가 없다고 연구는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자폐 중재법의 과학적 우위를 따지는 것은 참 한심한 짓으로 보인다. 고등학생이 국내 의학 학술지의 실린 연구 논문의 제1저자였다는 최근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욕심에 의해서 그 방향을 잡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연구라고 해서, 과학적이라고 해서, 그 결과의 진릿값이 T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무지한 인간이 T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발악하는 몸부림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서 몰상식한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