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내랑 서쪽으로는 잘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연 속에서 살다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접촉이 많아지고 감기에 걸릴 확률이 올라갈 것 같아서요. 항상 초은이 데리고 이것저것 하면서 놀고, 생활하려고 노력하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아프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서요. 도시에 살 때, 초은이는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어찌나 면역이 약한지! 그런데 평창에 온 이후에는 거의 9개월 동안 초은이는 거의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감기에 걸리지 않았고, 예전보다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원주에 간 건 바로 요 녀석 때문입니다. 맥북프로. 2017년부터 사용한 노트북인데, 언제부터인가 키보드가 말썽을 부렸습니다. 그냥 참고 사용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https://www.apple.com/kr/support/keyboard-service-program-for-macbook-and-macbook-pro/

이런 게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구매한 모델 중 일부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고, 애플이 무상으로 키보드를 교체해주고 있었습니다. 왜 이걸 몰랐을까? 다행히도 알게 되어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비스 센터를 찾아봤더니 바로 원주에 있는 서비스센터였습니다. 강릉에도 애플 서비스센터가 있기는 한데, 이 서비스는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원주에 갔습니다.

노트북 수리 접수하고, 아이들이랑 밥도 먹고, 공원, 놀이터에서 놀다가 금방 캄캄해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아이가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알 수 없는 물질에 반응해서 갑자기 알레르기가 심하게 올라왔습니다. 제가 알레르기가 심하거든요. 아이들이 저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집에 가기 전에 커피 한 잔 사 가려고 빽다방에 갔습니다.

커피 주문해놓고 뒤를 돌아보니 우와! 어마어마한 도시가 있더군요!

진짜 이런 관경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와… 이렇게 정신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지?

도망치듯이 바로 봉평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강아지 산책시키면서 저희 집을 봤습니다. 캄캄하고 저희 집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늦은 밤에는 주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침 일찍에는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게 되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입니다. 저는 다시는 도시로 못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게 워낙 간사해서요. 언제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