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특징으로 흔히 사회성의 결여와 공감능력의 부재를 꼽는다. DSM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도 자폐의 가장 주요한 특징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여를 지목한다. 그렇다면 자폐아동과 자폐인들은 정말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되어 있을까?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또한 결여되어 있을까?

초은이의 경우를 보면, 사실 난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다. 지난 크리스마스 우리는 강릉에서 파티를 했다. 초은이 역시 그 분위기를 즐기며 행복해했다. 그 마음이 사진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초은이가 사회적 의사소통을 유창한 언어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가 화를 낼 때, 가족들이 함께 즐거워할 때 그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엄마한테 혼날 때도 엄마의 기분을 이해하고 분위기에 맞게 행동한다.

https://medicalxpress.com/news/2019-01-adults-autism-complex-emotions.html

이 연구 역시 자폐인들이 타인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켄트 대학 연구진들은 안구 추적eye-tracking 기술을 통해 자폐인들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일반인들과 비교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책을 읽었고, 책을 읽는 동안 안구 추적 장치가 대상자들의 눈을 추적했다. 안구 추적장치는 독자가 책 속의 주인공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현실과는 다른 결과를 추측하는 시점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제공한다. 쉽게 말해, “주인공이 A가 아닌 B라는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시점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들은 자폐인들도 책 속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에서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만약 실험에 참가한 모든 자폐인들이 주인공의 상황에 대해서, 또한 자신이 주인공이라면 느꼈을 점에 대해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췄다면 안구 추적기를 통한 실험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냥 물어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자폐인들의 경우에는 책을 읽고, 상황을 보고 이해하더라도 자신이 이해한 바를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폐아동들이, 그리고 자폐인들이 우리가 이해하는 언어로 편하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사회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내와 가끔 말다툼을 할때가 있다. 아내와 나는 큰 딸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곤 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제 3자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누구 말이 더 옳은지… 어쩌면 그 상황에서 초은이도 나름의 느낌과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로 유창하게 자신이 느끼는 바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은이가 그 상황에서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사실 나는 초은이가 나름 분위기 파악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상황에 맞춰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들을 좀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초은이가 정말 좋아하는 게 있다. 콜라… 뷔페 식당에서 음료바를 보면 참지 못하고 달려가곤 했다. 음료바만 보면 선이 없는 아이처럼 미쳐 날뛰었다. 결국 초은이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것 같아 금지 식품이 되어버렸다. 벌써 1년이 넘은 것 같다.

어제 강릉에게 아이들과 함께 뷔페 갈비 식당에 갔다. 1인 당 13,500원이면 돼지갈비를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아플싸!!!

그곳에 무료 음료바가 있었다. 하지만 초은이는 예전 처럼 막 뛰어가지 않았다. 아내는 초은이에게 분명하게 경고를 했고, 초은이는 자리에게 일어나서 콜라를 가지러가지 않았다. 한 잔 한 잔 언니가 따라다 주면 그걸로 만족했다. 엄마 아빠의 기분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는 능력이 좀더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지? 사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여기 평창 와서는 그냥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노는 게 전부이다. 그런데 초은이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신기할 때가 있다.

오늘 글도 왜 이리 횡설수설이냐..

집에서 하는 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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