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폐연구소Autism Research Institute의 뉴스레터를 통해서 재미있는 논문을 읽게 되었다. Infant & Young Children이라는 학술지에 2004년에 실린 논문인데, 논문의 저자인 Katharine Beals 박사는 언어학자이자 자폐아를 키우는 엄마이다. 아이는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진단을 받았고, 나중에 자폐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 논문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depts.washington.edu/isei/iyc/beals_17_4.pdf

Beals 박사는 논문을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자폐아를 치료하다보면 부모들은 심각한 의견 충돌이 생긴다. 예를 들자면, 수화를 가르칠 것이냐 아니면 보청기를 사용할 것이냐. 발달주의적 접근법을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행동주의적 접근법을 사용할 것이냐. 이런 의견의 불일치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청력 손실에 대해서만 생각한다면 농아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하나에만 집중한다고 하는데, 바로 언어이다. 그리고 농아를 교육하는 분야에서는 언어적 접근에 대한 교육 자료와 교과과정이 이미 풍부하게 잘 계발되어있다.
반면에 교육학이 아닌 심리학이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폐 중재법들은 너무 애매하고 도식적인 중재 전략을 제시하다보니, 청력이 약한 자폐아들에게 적용하기에는 구체성, 실용성, 효과성이 모두 부족하다고 Beals 박사는 주장한다. 결국 Beals 박사는 청력 손실을 동반한 자폐아들을 위한 개별적이고,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중재 커리큘럼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사실 모든 자폐아동에게는 개별적 중재전략이 필요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병명이 보여주듯이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저다마 너무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지고 있는 문제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장점 또한 다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똑같은 인간은 하나도 없다. 다시 자폐아동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아동들이 모두 처해있는 문제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중재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무작정 발달센터에서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중재를 했다가는 많은 시간을 버릴 수도 있다.

사실 내가 그랬다. 초은이 치료 초기에 자폐와 아동발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발달센터에서 선생님이 추천하는대로 수업을 진행했고, 결국 2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이도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면서 아이의 문제에 대한 접근을 개별화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많이 변했다.

아이에게 자폐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만히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래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분석해본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