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을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다. 즉, 남성 대 여성의 자폐 인구비율이 4:1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초은이를 10년 정도 키우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남자 자폐 아동과 초은이는 다른 점이 많다. 어렸을 때 센터에 가면 대부분의 치료사들은 초은이가 자폐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아마도 초은이의 행동이 전형적인 남자 자폐 아동의 행동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치료사들도 잘 판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1347307

지난 7월 발표된 한 연구는 여자 자폐 아동의 뇌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여자 자폐 아동의 경우 여자 정상 아동과 비교했을 때 뇌의 신경섬유로(nerve fiber tracts)가 더 많이 파편화되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대조적으로, 남자 자폐 아동과 남자 정상 아동은 뇌의 신경섬유로의 구조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를 위해서 25명의 여자 자폐 아동과 56명의 남자 자폐 아동, 그리고 15명의 여자 정상 아동과 23명의 남자 정상 아동이 선정되었다. 이렇게 대상자를 모집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연구진에 의하면 여자 자폐 아동을 모집하는 일이 특별히 어려웠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신경섬유로 속 물 흐름을 확인하는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을 사용해서 뇌를 스캔하고, 섬유로의 모습을 확인했다.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여자 자폐 아동의 신경섬유로는 더 많은 조각으로 나뉘어져있었다. 후두엽에서 측두엽으로 이어지는 섬유로에서도 파편화가 발견되었다. 또한 그 차이는 우뇌보다 좌뇌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신경섬유로의 파편화가 여자 자폐 아동들이 언어 사용을 어려워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언어는 주로 좌뇌에서 그 기능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남자 자폐 아동의 뇌에서는 정상 남아들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자폐 아동과 정상 아동의 생물학적 차이를 발견하는 연구를 볼때 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원래 이렇게 다른 거야?’ ‘그러면 이건 치료할 수 없는 거야?’ ‘개선도 불가능한 걸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생물학적 차이로 한계가 있다고 해도, 종합적인 중재는 분명 증상의 완화를 선사하고, 발달의 기회를 부여한다. 어차피 자폐는 긴 여정이다. 부모 마음은 지키고 힘들지만 그래도 옆에서 도와주고, 가르치다 보면 그런 생물학적 차이도 조금씩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