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자폐아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이다. 시공간이 뒤틀어지고, 무력해지며, 퇴로가 없는 길에 봉착한 느낌이다. 어느 누구도 자폐아를 갖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다. 부모가 되는 게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듯, 자폐와 함께 사는 것, 자폐를 치료하는 것 역시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다.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아예 자폐 혹은 장애라는 것을 생각하고 살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초은이와 이제 햇수로 10년째 살고 있고, 이제 자폐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 거 같다. 매일 초은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폐를 몸으로 체험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자폐 관련 연구들을 찾아보며 머리로 자폐를 배운다. 그래서 이제 아주 조금 알게 된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자폐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제한적이며, 이 정도 이해를 가지고 자폐를 “치료” 할 수는 없다.

처음 초은이와 센터를 다녔을 때, 나의 관심은 “치료”가 아니고 돈이었다. 센터에서 요구하는 엄청난 치료 비용 때문에 나는 돈을 더 벌어야 했다. 치료 내용은 센터 선생님들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내가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매일 아침마다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그때는 막내가 없었다. 첫째는 준비해서 유치원에 데려다주었고, 아내는 초은이를 데리고 센터로 출발했다. 참 멀리도 다녔다. 그리고 나는 돈을 벌었다. 아내는 매일 고속도로를 타고 여기저기로 초은이를 데리고 다녔다. 기름값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초은이는 변하지 않았다.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센터에서 하라는 대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인 한계에서는 모두 다 했는데, 초은이는 변화가 없었다.

당시 시도했던 대부분의 중재는 인터넷이나 주변 부모들을 통해서 추천받은 것들이었다. 조기 교실에 가니 자연스럽게 아내는 다른 부모들과 친분을 쌓게 되었고, 그 부모들에게서 들은 중재들을 하나씩 시도하게 됐다. 아마 다들 그렇게 할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꼴이다.

뭐 자폐를 키우는 엄마들만 그런가? 고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잘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자기 아이도 그 선생님도 맡기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을 다 동일한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어떤 아이는 서울대에 가지만 어떤 아이는 지방대도 재수, 삼수해서 간다.

그런 거 보면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은 다 방황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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