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너무 어려서 자폐 진단을 받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자폐적 성향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하는 말일 수도 있고, 24개월 정도된 어린 아동을 가르치는 치료사의 입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전문가는 아닌데, 지난 몇 년 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초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자폐에 대한 자료들을 공유하면서 나 역시 많은 분들의 연락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ABA와 AIT를 공부하면서 나도 나름 자폐 전문가 반열에 끼어들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폐아인 초은이를 대하면 대할수록 느끼는 것은

세상에 자폐 전문가가 어디있어?!

이런 생각이다. 스스로 자폐 전문가라고 칭할 수 없다고 느낀다. 차라리 자폐 관련 블로거라고 부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초은이 보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는 먼저 겪어본 사람으로서 별볼일 없는 미견을 담아 조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내게 연락을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털어놓곤 한다. 사실 나라고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포스팅을 통해서 24개월 정도 되는 어린 아동들의 자폐진단에 대해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저희 아이가 아직 어려서 24개월인데 진단을 받아봐야 할까요?

당연히 대답은 YES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진단을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여러가지 이유로 진단을 말성이게된다. 우리 아이는 자폐가 아니고 단지 발달이 느린 걸 거야. 자폐 진단이 아이의 인생에 꼬릴표처럼 따라다니면 어떻하지? 아이가 어릴 때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던데. 이런 다양한 이유로 진단을 말성이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초은이가 그냥 발달이 느린 아이라고 생각했다.

진단을 통해서 부모들은 어떤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나는 초은이가 어렸을 때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초은이는 자폐아가 아니예요.

그냥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주길 바랬다. 지금 돌이켜보면 진단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잘못되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자폐의심아동에게 있어서 진단은 중재를 위한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진단을 통해서 아이가 자폐아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단을 통해서 어떻게 중재를 할 것인지 계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을 통해서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아이를 보고 나면 아이에게 부족한 것들이 보이고, 아이에게 어떤 중재를 해야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어리다고 해서 진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진단을 받아야 할까?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째, 소아정신과를 가보는 것이다. 부모이기 때문에 더 정확한 진단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병원에서 진단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병원을 가던 진단 방식은 대개 비슷하다. 임상평가사가 아이를 관찰하면서 검사를 진행하고, 소아정신과 의사는 그 검사 결과를 보고 진단을 내린다. 나는 꼭 서울대 소아정신과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초은이가 어렸을 때는 서울대 소아정신과 예약부터 했다. 소아정신과에서 자폐 진단은 기계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우 의미있는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발달심리학에 기초한 센터에서 진단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센터에서의 진단은 장애인 등록과 관련된 절차와 무관할 수 있지만 발달심리학에 기초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다. 또한 규모가 있거나 유명한 기관의 경우에는 대학 교수나 연구진들이 오랜 시간 아이를 관찰하면서 상당히 많은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절차들이 부모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셋째는 인터넷을 통해 검사를 실시해보는 것이다. 요즘에는 세상이 좋아져서 집에서도 아동의 발달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컴퓨터를 켜고 검사 홈페이지에 가서 검사비용을 지불하고 검사 질문에 응답하면 검사 직후 결과가 나온다. 이런 검사들도 과학적인 방식들 적용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자기 아이와 또래를 비교하는데 매우 유용한 검사이다. 한국심리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테스피아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나는 다양한 많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단은 비용이 드는 문제이기 떄문에 양껏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을 통해서 아이 현재를 보는 것이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진단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면 또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24개월, 36개월, 48개월의 검사 결과는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tespia.kr/

결국 자폐 진단의 목적은 아이가 자폐아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중재를 위한 시작일 뿐이다. 나의 이런 말에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자폐라고 진단이 나오면 치료를 해봐야 소용없는 거 아니예요?

아이에게 계속 돈을 쏟아 부을 수는 없잖아요.

미래를 어떻게 알겠는가? 누가 알겠는가? 자폐 진단을 받아도 부모의 정성에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을 결국에 이룰지! 정상적인 발달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재를 통해서 자폐인으로서 삶의 질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스펙트럼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폐인들의 삶의 질 역시 천차만별이다. 어떤 자폐인은 스무 살이 되어도 기저귀를 차고, 어떤 자폐인은 혼자서 거리를 활보한다. 어떤 자폐인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지만 어떤 자폐인은 기타연주를 통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진단을 통해서 아이가 자폐라고 확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만 살 것인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자폐인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의 천차만별이라면 그나마 그 스펙트럼의 상위에 갈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방법 역시 우리에게는 미궁이지만 말이다.

만약 24개월 정도 어린 아이의 발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진단을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진단 결과를 떠나서 들어야 할 말을 듣게 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자폐연구소와 오티즘스픽스에 의하면 24개월에는 의미있는 진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24개월은 진단을 위해 결코 빠른 시간이 아니다.

집에서 하는 A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