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인, 소설가, 번역가, 그리고 암기 천재인 다니엘 타멧은 2004년 다섯 시간 동안 원주율을 22,414자리까지 외우는 놀라운 암기력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다니엘은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암기하는 능력의 이면에는 공감각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각각의 숫자에는 모양, 색깔, 그리고 질감이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신이 태어난 날의 색은 파란색이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다니엘의 뇌는 공감각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서 다니엘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한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 그의 모든 말과 지식은 놀라움의 대상이 된다.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색의 소리를 들으며, 냄새도 맡는다. 이는 우리가 문학적으로 사용하는 은유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초은이를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감각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중에서 매우 특이했던 점은 사람을 만나면 냄새를 맡으려고 했던 행동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책과 장난감과 같은 사물의 냄새도 자주 맡았다. 초은이도 공감각을 경험하고 있는 걸까?

보통 사람들이 공감각을 경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2-4% 정도가 공감각을 경험한다고 한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834557/

하지만 자폐인들의 경우는 달랐다. 2013년 연구에 의하면 성인 자폐인의 18.9%가 공감각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것은 아마도 자폐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각적인 문제와 연관성이 있다. 자폐인들과 마찬가지로 공감각을 경험하는 사람들 역시 감각이 예민하고, 사람들과 관심을 공유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자폐와 공감각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공감각과 자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자폐와 공감각에 대한 연구는 2007년 다니엘 타밋에 대한 케이스스터디가 발표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http://docs.autismresearchcentre.com/papers/2007_BC_Savant_J%20Consc%20St.pdf

이 연구가 발표된 이후 학자들은 자폐에 있어서 공감각 현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3년 두 편의 연구는 자폐의 경우 일반이 보다 공감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확인했다.

https://pubmed.ncbi.nlm.nih.gov/24367321/

아직까지 자폐와 공감각의 정확한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학자들은 자폐와 공감각 사이의 유사성을 두 가지 발견했다.

첫 번째, 자폐인과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 모두 전반적인 패턴보다는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자폐인과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 모두 움직임의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관련해서 자폐와 감각통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폐의 감각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폐인들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하는 공감각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초은이를 비롯한 많은 자폐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각적이 문제들이 정말 공감각에서 비롯한 것인지, 아니면 개별 감각 정보처리의 문제가 발생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자폐인과 마찬가지로 뇌의 좁은 영역에서 과도한 연결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와 공감각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니엘 타밋의 경우 그의 뇌가 그 모든 공감각을 처리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고, 대부분의 자폐인의 경우 공감각을 경험하지만 그 모든 정보를 자연스럽게 처리에서 외부로 산출하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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