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질문을 갖게 될 때가 많은 거 같다. 나의 경우 초은이가 어렸을 때 이 질문을 더 많이 했던 거 같다. 초은이는 처음부터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난 걸까? 아니면 태어나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초은이가 이렇게 큰 걸까?

초은이가 5살 때 방문했던 한 센터에서는 자폐가 후천적이라고 했다. 부모가 잘못 키워서 이렇게 된 거라고 했다. 그 말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나름대로 공부를 하면서 자폐의 원인이 후천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최근 자폐 연구의 상당 부분은 유전학적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자폐 위험과 관련된 수많은 유전자와 유전자 변이를 위험도 별로 분류할 정도에까지 이르렀으니 자폐 발생의 선천적 원인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폐의 선천적 발생 주장 역시 실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를 고려하면 효율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자폐가 오로지 선천적, 유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자폐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면죄부를 주는 느낌이랄까? 그래. 조금 과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 애는 원래 그렇게 태어난 거야’,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인정하게 되면 아이가 성장 가능성을 배제하게 되고, 아이를 교육할 의미가 없게 된다.

우리가 자폐 아동에게 다양한 치료 경험과 교육을 제공하고, 다방면의 중재 계획을 수립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분명 후천적인 노력으로 아이를 성장,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또한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자폐 아동들도 중재와 교육을 통해서 성장, 발달한다.

관련해서 얼마 전에 찾아본 한 연구가 공감이 되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0659287/

지금까지 많은 구조적 뇌 연구는 자폐인 뇌의 성장 패턴의 특이성을 지적했는데, 일반적으로 어렸을 때 과도하게 성장하고 이후 안정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자폐인 개인별로 어렸을 때 과도하게 성장하는 정도와 그렇게 성장하는 뇌 영역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스탠포드대 John P. Hegarty 박사와 연구진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뇌의 성장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6-15세 일란성 쌍둥이, 이란성 쌍둥이(자폐인과 비자폐인 모두)를 대상으로 MRI를 실시했다.

비자폐인 쌍둥이의 경우, 뇌의 회백질과 백색물질의 크기, 표면적, 피질 두께 등이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뇌피질의 접힌 모양과 연관이 있는 뇌의 평균 만곡률은 환경적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했다.

자폐 쌍둥이의 경우, 뇌구조에 있어서 강한 유전적 요인이 확인되었지만 이는 주로 하부 피질 회백질에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 피질 두께와 백색물질은 환경적 요인을 더 많은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비자폐 아동 청소년과 자폐 아동 청소년 모두 뇌 크기는 주로 유전적 요인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적인 요인은 자폐 아동 청소년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환경적인 요인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상당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 스스로 기울어진 사고를 갖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우월하고 탁월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상당한 지식을 갖고 내적 확신에 도달할 만큼 지식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제한적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며, 자신이 그런 사람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아마도 나의 이런 성향과 생각 때문에 이 연구 내용이 공감이 더 되었던 것 같다. 양쪽에 걸친 결말. 연구 결과 중에 “환경적 요인은 자폐 아동 청소년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이 나를 때린다. 하지만 좋다. 13살이나 먹은 초은이에게도 아직도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