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을 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말을 하지 못하면 부모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 역시 초은이가 3살이 되도록 한 마디도 못해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또한 센터에 열심히 다니면서 부모인 내가 계속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초은이가 한 마디라도 말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도 아는 것도 생기고, 공부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중요성이다.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눈, 얼굴 표정, 손가락 제스처, 몸의 자세, 그리고 다양한 소리를 사용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하고, 대부분 이걸 매우 잘한다. 그렇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하면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전달하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는 의사소통의 기능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만족감을 느끼면 그 능력을 더욱 키워간다. 그러면서 상대방인 부모의 마음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이해하게 된다.

뒤돌아보면 초은이를 처음 센터에 다니고 다닐 때 나는 초은이의 “말”보다는 초은이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하는데 더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 생각도 못 했고, 나중에 공부를 시작하고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면서 그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초은이 6살쯤 깨달았던 것 같고, 그때부터는 초은이와 말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 두 사진을 보면 자폐인 초은이와 정상 발달인 효은이의 몸 사용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왼쪽에 있는 초은이는 4살 경이고, 오른쪽에 있는 효은이는 현재 7살이다. 그런데 효은이는 4살 때도 이랬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몸의 자세를 보면 초은이의 몸은 매우 차분하고, 효은이의 몸은 매우 역동적이다. 초은이의 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고, 효은이의 눈은 정확히 아빠를 바라보고 있다. 초은이는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효은이의 입은 마스크 속에서도 웃고 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역시 발달장애 아동과 비발달장애 아동 사이에 차이가 상당하고 그 수준 격차도 매우 크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말” 보다 우선적이어야 하고,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몸짓과 표정을 잘 활용하게 되면 아이는 부모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감정까지도 자신이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 역시 자신의 마음속 생각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발달장애 아동의 비언어적 언어를 자극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과 팁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유용한 것은 바로 몸짓과 표정을 평소보다 더 과장하는 것이다.

우선 부모 스스로 자신이 어떤 타입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자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는 적극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자가 아니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눈맞춤을 열심히 하지만 메시지 전달 기능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시하는 수준에서 눈맞춤을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 표정으로 내 감정을 표시하는 것도 잘 못하는 편이고, 오히려 내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말을 할 때 몸짓(보디랭귀지)를 사용하는 것도 매우 제한적인 사람이다. 이런 부모가 최악의 부모이다.

말을 못 하는 아이에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가르쳐야 하는데, 부모 스스로 제한된 몸짓과 표정을 가지고 있으니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몸짓과 표정을 평소보다 더 과장해야 한다.

표정, 리액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예능을 보면 몸짓과 표정이 심하다 할 정도로 과장적으로 보이는 연예인들이 있다. 딱 좋은 표본이다. 그 연예인들 수준의 몸짓과 표정을 사용해서 아이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그 정도는 해야지 아이의 관심을 끌 수도 있고,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장된 몸짓의 사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물체 중심의 몸짓이다. 보여주기, 가리키기, 주기, 내려놓기, 가져가기, 돌리기, 밀기, 부딪치기, 굴리기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감각 사회적 몸짓으로, 손뼉 치기, 두드리기, 점프하기, 손가락 구부리기, 간지럽히기, 발을 쿵쿵대기 등이다.

이런 몸짓들을 아이와의 놀이 중에 적절하게 사용하고 보여주면서 아이가 모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때 몸짓과 표정의 사용은 매우 과장되어야 한다. 부모에게 에너지가 없다면 아이에게 그 의미가 잘 전달될 리가 없다.

또한 하루 종일 과장된 몸짓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간에 한 번씩 10분은 아이와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놀아줘야지.’ 이런 식의 현실적인 계획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