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 것이지 규정하려는 시도는 매우 거만하다. 하지만 무엇을 읽고, 어떻게 그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지는 세계관에 영향을 주어 내면세계를 개조하는 힘이 있다.

젊은 시절 나의 글 읽기는 정보 습득과 영감 추구에 있었다. 새로운 정보를 얻는 기쁨, 그리고 글을 읽는 도중에 벼락같이 받은 영감의 감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글 읽기는 조금 달랐다. 무엇이든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학문적 시도로 인해 믿을만한 출처를 가진 글 읽기가 더 중요해졌다. 당시 교수님들의 설명에 의하면 학문 분야에서 명성을 가진 학자의 글은 위키피디아의 글보다 더 믿을만한 글이었다. 더 높은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된 글 역시 낮은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된 글보다 더 믿을만한 글이었다. (요즘에 보니 위키피디아에 있는 글들도 사실 매우 수준이 높고, 신뢰도도 높은 것 같다.)

하지만 믿을만한 출처를 가진 글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게 하면 나의 의식은 그 글에 종속되어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글 읽기의 완성은 믿을만한 출처의 글들을 읽고 종합해서 자신만의 사고를 정립할 때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

카더라

살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고 정보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한 10년 전쯤 초은이가 태어나기 전에 첫째만 있을 때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셋이서 강원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식사 때가 되어서 네이버 블로그에서 맛집을 검색했다. 강원도 하면 막국수가 아닌가! 검색하던 장소에서 가까운 막국수 맛집을 찾았고, 많은 블로그 리뷰를 찾아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다. 여기가 맛집이다 싶어서 찾아갔고, 막국수와 수육을 시켜 먹었다. 결과는 대참사! 정말 맛이 없었고, 그 뒤로는 네이버 블로그에 적힌 맛집 리뷰를 찾아보지 않으려고 하는데, 요즘에도 가끔 찾아본다.

사실 대구사이버대학교 행동치료학과에 편입해서 공부한 것도 “카더라”에서 시작됐다. 당시 주변 많은 부모들이 “ABA가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가장 과학적인 치료법이다.”라고 말하는 걸 많이 들었고, 정말 그런 줄 알고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배운 대로 초은이에게 적용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지만 어쨌든 처음 시작은 주변 정보에 대한 맹신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 먹으면 살이 빠진다더라” ,”*** 먹으면 피가 맑아진다더라”, “***로 닦으면 싹 깨끗해진다더라”

우리는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살고, 또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을 듣고 직접 실행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자폐 아동을 키우면서는 더욱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는 이거 먹고 좋아졌다더라, 누구는 ***치료하고 좋아졌다더라, 이런 말들을 맹신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자신 아이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의견이 자신의 사고 능력까지 침식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 아이의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할 사람은 바로 부모 본인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위해서 시간을 내어 믿을만한 출처를 가진 글을 읽고, 그 내용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고 해석해서 내 아이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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