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것은 익지 않아서일까?

물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익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익지 않은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기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들 한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면박을 준다. 자기 말이 진리인 양 말하고 행동한다.

얼마 전에 재미있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학부생들은 자신이 꽤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석사과정을 하면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사과정을 하면 자신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꽤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익은 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자폐나 발달장애 분야에 소위 전문가들이란 사람들 사이에 익지 않은 벼가 참 많은 거 같다. 자폐에 대해서 마치 자신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자신의 말만 들으면 마치 아이가 온전해질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마치 자신이 자폐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익지 않은 벼이다.

하지만 자폐, 발달장애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교수들의 출발점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폐의 원인과 치료법을 모른다고 한다. 모든 자폐 아동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중재법은 없으며, 자폐 진단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주어진 중재법의 공통분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아이들이 어떻게 좋아졌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익은 벼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Facebook Comments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