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갔다. 초은이가 그네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울타리에 매달린다. 그리고는 일부러 미끄러져 모래 바닥 위에 떨어진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한다.

아파!

그리고는 신나게 웃는다. 완전 슬랩스틱 몸 개그! 엄마 아빠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니 신난다고 또 울타리에 매달린다. 그리고 또 떨어지며, “아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동네 바보 언니, 혹은 동네 바보 누나 정도로 보일 것 같다.

초은이 어렸을 때 센터에 다니면서 다른 부모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지적장애 수준까지만 올라갔으면 좋겠다. 모르겠다. 지적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가 이 말을 들으면 무슨 소리냐며 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자폐 아동을 키우는 입장에서 지적장애 아동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나 역시 그 이야기에 공감했고, 우리 초은이가 조금씩 좋아져서 지적장애 아동 수준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그런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이 많이 있었다.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한 언니. 그 언니는 누가 봐도 조금 부족해 보였다. 예닐곱 살 아이들과 신나게 논다. 어린아이들도 그 언니에게 반말을 하며 신나게 논다. 어느 날은 아파트 배드민턴 장에서 그 언니를 봤다. 할머니들과 신나게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역시 할머니들에게도 친구처럼 반말을 하며 논다. 할머니들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지 아무렇지 않게 그 언니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면서 행복하게 웃으신다.

그 언니는 초은이의 롤 모델이다. 그 정도까지 갈 수 있을까? 완전히 자립해서 살 수 있을 정도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초은이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면서 어쩌면 스무 살쯤 되면 그 언니처럼 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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