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목을 붙여봤다. 지난 10년, 그러니까 나의 30대를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폐”였다. 세 아이를 키우지만 초은이에게 가장 많이 집중했고, 첫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초은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이다. 평창에 이사를 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정상 발달하는 아이들 공부하기에는 이 산골보다 도시가 나았을 거다.

그렇게 초은이만 보면서 10년을 살아왔던 것 같다. 너무 힘든 시간도 많았고, 초은이가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일 때면 너무 황홀한 시간들도 있었다. 뭐. 인생이 다 그런 거겠지. 결국 초은이는 자폐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벗어날 거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더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큰 딸은 요즘 공부를 열심히 한다. 방학 중인데도 책상에 앉아서 7시간이나 공부에 집중하기도 한다. 참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아이의 재능을 살려주어야한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시골에서 공부를 하니 좋은 학원은 보내지 못하겠지만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내가 한 생각이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채은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그래서 이런 공간이 생겼다. 2층에도 큰 딸 방이 있는데,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1층에 작은 상을 놓고 공부하던 녀석이다. 그래서 1층 잠자는 방에 책상을 하나 더 놓고, 컴퓨터도 놔주었다. 봉평에 중고로 나온 4만원 짜리 책상을 사주었는데 좋다고 하는 착한 녀석이다.

우리 큰 딸의 공부 성향이나 실력을 봤을 때 국어, 사회, 과학 같은 과목들은 혼자서도 너무 잘 해낸다. EBS 강의 보면서 문제 풀이하는 걸 보면 거의 완벽하게 해낸다. 조금 부족한 과목인 수학은 내가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초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는 며칠 전 6학년 까지 수학 공부를 완료했고, 이제 중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 수학까지 빨리 진도를 빼보려고 한다. 그러면 내가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영어는 아빠, 엄마 전공이니 잘 도와주면 될 것 같다.

막내 효은이는 위에 언니가 둘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똘똘한 아이인 것 같다. 우리 나이로 이제 다섯 살인데 이런 애는 처음 키워보는 느낌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언니들보다 조금 더 총기가 있는 아이인 것 같다.

이런 첫째와 막내를 보면서 더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게 나의 두 번째 인생이 될 것 같다. 첫째와 막내는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해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초은이는 지속적으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 인생에서 또 중요한 것이 있다면 아내와 나의 건강이다. 나는 매일 한 시간씩 스노우보드를 타고 있다. 요즘 열심히 타느라 허벅지가 터질 것 같다. 규칙적인 운동이 많이 도움이 된다. 아내도 집에서 요가도 하고, 식단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번째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돈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많이 벌고, 많이 저축해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 시골바닥에서 벌어야 얼마 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내와 함께 고민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더 많이 벌려고 노력 중이다.

가끔 큰 딸이랑 아내랑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엄마는 다시 태어나면, 아빠는 다시 태어나면…

큰 딸에게 좋은 의도로 조언을 하기 위해서 하는 말인데, 아이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태어나면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자.

두 번째 인생의 기회가 주어질지 아닐지 우린 모른다. 죽어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이라면 차라리 확실히 주어진 이번 생에 그 기회를 잡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렇게 먼저 아이들에게 부모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조언이 아닐까? 그렇게 내 두 번째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

쉽진 않겠지만 화이팅이다! 나도 우리 가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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